자신의 아호를 대충(大蟲)이라 짓고 천진한 아이처럼 웃으시다가, 1년 전 세상을 떠나신 조오현 시조시인의 시편과 함께 그럴 수만 있다면 이 다음 숲에서 무엇이 되어 만나도 괜·찮·다. 내게로 오기 전 펼쳐지는 당신, 그리고 나였을 그대에게 흘린 눈물같이 써 내려간 이 시집을 바친다.
삶의 즐거움 모르는 놈이
죽음의 즐거움을 알겠느냐
어차피 한 마리
기는 벌레가 아니더냐
이 다음 숲에서 사는
새의 먹이로 가야겠다
― 조오현(1932~2018), 「적멸을 위하여」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