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베르토 에코는 1932년 피에몬테주 알레산드리아에서 태어나 2016년 밀라노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는 소설가이자 철학자, 기호학자이자 미디어 비평가이다. 그가 1980년에 『장미의 이름』을 발표하여 세계적 명성을 얻기 전부터 그는 이미 당대 최고의 인문학자였다.
그의 문학적 원천은 유년 시절의 기억에 뿌리를 두고 있다. 1930~40년대 이탈리아 파시즘 정권하의 일상,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을 피해 머물던 산촌에서의 경험, 그리고 파르티잔과 파시스트의 전투를 목격한 기억들은 훗날 『푸코의 진자』, 『로아나 여왕의 신비로운 불꽃』 등 그의 작품 속에 생생하게 녹아들었다.
에코는 원래 부친의 뜻에 따라 법학을 전공하려 했으나, 토리노 대학교에서 철학과 문학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그는 1954년 『토마스 아퀴나스의 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이탈리아 방송공사(RAI)와 봄피아니 출판사에서 근무하며 실무적인 감각을 익혔으며, 네오아방가르드 운동인 ‘그루포 63’을 주도했다.
에코의 세계를 관통하는 세 가지 축은 기호학, 소설, 에세이다.
첫째, 기호학(Semiotics). 세상의 모든 현상을 기호로 읽어낸 그는 텍스트란 독자의 참여를 통해 완성된다는 ‘열린 예술작품’ 이론을 정립했다. 그에게 지식이란 거미줄처럼 연결된 ‘백과사전적 망’이었다.
둘째, 지적 유희로서의 소설. 그의 소설은 단순한 이야기를 넘어 고도의 지적 게임이다. 중세라는 거울을 통해 현대를 비판하고, 상호텍스트성과 추리 기법을 활용해 진리의 본질을 추적했다.
셋째, 일상의 통찰과 유머로서의 에세이. 학자로서의 엄격함과 소설가의 상상력은 그의 에세이에서 가장 유쾌하게 결합된다. 제임스 본드부터 슈퍼맨에 이르는 대중문화를 분석하고,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며 화내는 방법』을 통해 현대사회의 부조리를 날카롭게 꼬집었다.
“책은 읽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책들에 관해 이야기하기 위해 존재한다”라고 에코는 말했다. 옮긴이 역시 에코의 말처럼, 그의 작품과 사유를 다시금 이야기하기 위해 이 책을 번역했다. 서거 10주기를 맞는 올해, 이 책이 에코라는 거대한 지식의 미로를 다시금 산책하고 분석하는 소중한 길잡이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