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자는 한 번도 책을 쓴 적도 없고 내세울 것도 없는 일개 수행자일 뿐이다. 다만, 일찍이 절집에 들어온 인연으로 ‘수행’이라고 불리는 것들은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조금씩이라도 해 보았다.
아둔해서 그렇겠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깨달음은 고사하고 답답하기만 했다. 그러던 중에 "한문 경전의 현토를 무시하고 읽어 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어 읽고 또 읽었다. 그러던 중, 내가 부처님 법에 쉽게 접근하지 못했던 이유가 나의 잘못이라기보다 잘못된 번역을 따랐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부처님 당시의 제자들은 대체로 못 배웠으므로 지금의 우리보다 훨씬 이해도가 떨어졌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부처님의 말씀 한마디에 그 자리에서 해탈했다. 또한 조사의 제자들도 조사의 말이 끝나자마자 깨닫기 일쑤였다.
그런데 왜 우리는 그렇게 깨닫지 못하는 것일까? 이것은 대부분 잘못된 번역 때문에 부처님과 조사께서 하신 말씀의 의미를 분명히 알지 못한 채 엉뚱한 곳으로 나아가다 보니 벌어진 일이다. 이것은 소와 뱀이 같은 물을 마시고 우유와 독을 내는 것과 같다.
이 "임제록"은 원래 역자의 관심 밖이었으나 '수처작주(隨處作主) 입처개진(立處皆眞)'의 심각한 오역을 발견하고, 나와 같은 불행한 수행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부족한 것은 알지만 이렇게 번역서를 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