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자가 2023년 10월 22일에 라이너 지텔만(Rainer Zitelmann) 박사로부터, “하비에르 밀레이가 오늘 아르헨티나에서 당선되기를 희망합시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받기 전에는 하비에르 밀레이를 몰랐다. 그러나 그 후 밀레이에 관해 쓰는 지텔만의 칼럼들과 미제스 연구소가 게재하는 밀레이와 관련된 미제스와이어들을 번역해서 보급하는 등 밀레이의 전도사가 되었다.
역사상 세계 최초의 리버테리언 대통령, 무정부-자본주의자 대통령이 탄생했다는 점은, 많은 리버테리언이 그럴 것이듯이, 대단히 놀라웠고 기뻤다. 필립 바구스의 이 책은 그 경이로운 사건이 아르헨티나에서 어떻게 가능했는지 설명한다. 그것으로부터 잘 배우면, 다른 나라에서도 또 한 사람의 밀레이가 탄생할지 모른다. 그리고 또 다른 나라에서도.
아르헨티나에서의 경제 상황은, 우리나라 많은 독자가 알듯이, 최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제는 좀체 바뀌지 않았다.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리버테리언 대통령이 나오기에는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았다. 집권 정당은 세금으로 국민에게서 훔친 돈으로 푼돈 조금 던져 주면서 표를 샀다. 장기간의 사회주의 집권으로 대중 여론은 시장 경제에 부정적이었고 국민은 모든 것을 국가에 의존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지식인과 대중 매체는 왼쪽이었다.
이 상황에서 밀레이는 국민을 교육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좌로 기울어 있는 국민의 여론에 대응하여 먼저 문화 전쟁, 사상 전쟁을 벌였다. 그는 TV 토론에서, 인터뷰에서, 책을 통해, 칼럼을 통해, 거리 강연을 통해 대중들을 교육했다. 주류 매체가 좌파에 장악되어 있어서, 사회관계망들을 이용했다. 유튜버들과 젊은이들이 도왔다. 대중과 “자유”를 연호하며 거리를 걸었다.
그러나 정치 투쟁이 없이는, 문화 전쟁으로는 체제 변경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깨닫고, 밀레이는 정치 투쟁에 나선다. 사회주의, 국가주의, 집산주의, 구성주의의 진전을 막는 유일한 길은 그것들을 정면으로 반대하고, 문화 분야에서뿐만 아니라, 정치 무대에서도, 투쟁을 벌이는 것이다. 이런 밀레이의 정치적 성공에는 보수주의자들, 기독교 전통주의자들, 애국자들과의 동맹도 중요했다.
이 모든 투쟁에서 그에게 학술 지식이 필수적인 안내자였다. 그 학술 지식은 오스트리아학파 이론이다. 오직 이 이론으로만 모든 거짓을 꿰뚫어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밀레이가 하는 모든 결정에서 그를 안내한 나침반이었다.
요컨대, 바구스가 보는 밀레이는 이렇다. 그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사상들과 철학에 관한 최상의 서술은 그가, 좌파에 대항해서 문화 전쟁에 헌신하고, 억압된 주민에게 직접 말을 걸며, 자기가 경멸하는 기득권층을 우회하는, 철학적 무정부-자본주의자이자 실제적 최소정부주의자라는 것이다. 역자는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밀레이에 대해서와 아르헨티나에 대해서 더 많이 알아서, 그것들을 우리와 우리나라의 반면교사로 삼기를 희망한다.
역자가 이 책으로부터 많이 배웠지만, 개인적으로 이 책이 특히 많은 사상을 좌와 우에 연결하는 방법을 명료하게 보여주었다는 점을 좋아한다. 이 책은 고전적 자유주의, 리버테리어니즘, 보수주의, 포퓰리즘, 등등을 좌와 우 개념과 연결해서 잘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이 분류에서는 밀레이는 구-리버테리언, 우익 리버테리언이다.
바구스의 이 책 원고를 접하게 된 것은 라이너 지텔만 박사의 소개를 통해서다. 원고를 다 읽고 난 뒤 참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여 번역을 결심하게 되었다. 인연을 맺어주신 지텔만 박사와 훌륭한 책을 써 주신 바구스 교수께 감사드린다.
역자는 국제 관계론을 전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분야의 독서와 지식이 빈약하다. 그럼에도 이 책을 번역하기로 한 것은 필자 에드빈 판 데 하르가 고전적 자유주의 시각에서 국제 관계론을 고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전적 자유주의자로 자처하는 역자의 입장에서는 이런 고전적 자유주의 시각에서 어떤 국제 관계론이 제시되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그런데 아직 체계적인 고전적 자유주의 국제 관계론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모양이다. 그래서 판 데 하르는 고전적 자유주의자들, 데이비드 흄과 애덤 스미스, 루트비히 폰 미제스와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저작을 읽어 그들이 국제 관계에 관해 언급한 내용을 찾아냄으로써 고전적 자유주의 국제 관계론의 내용을 추출하고 있다. 학문적 미답의 영역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수밖에 없기도 하겠지만, 그런 방식으로 고전적 자유주의 국제 관계론의 내용을 규정하려고 한 발상이 창의적이기도 하다.
고전적 국제 관계론의 내용을 규정하는 데도 기준이 있어야 한다. 판 데 하르는 마이클 프리든의 구성 요소의 개념에 근거하여 기준을 마련한다. 주요 구성 요소들은 개인, 집단, 폭력, 규칙, 경제 등이다. 개인이라는 구성 요소와 관련, 이 책이 특히 인간 본성관을 고전적 자유주의 이론을 전개하는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는 점은 역자에게는 근본적이고 참신하다고 느껴졌다.
판 데 하르는 이 책에서 고전적 자유주의 국제 관계론만 살펴보지 않는다. 그는 국제 관계 접근법을 자유주의 안에서 세 가지로, 사회적 자유주의, 고전적 자유주의 그리고 리버테리언으로 나누고 거기다가 현실주의 접근법을 보태어 그들 사이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핵심 개념, 인접 개념, 주변 개념 등의 관점에서 분석한다. 이 책이 선입관과 달리 생소하지 않은 것은 판 데 하르가 자유주의 IR 접근법을 세 가지로 분류한 방식이 에이먼 버틀러 박사가 ≪고전적 자유주의 입문≫과 ≪학파: 101인의 위대한 자유주의 사상가≫에서 전개한 것을 따랐고 역자가 그 두 책을 이미 번역했다는 점일 것이다.
이를 통해서 국제 관계 학파들 사이 유사점과 차이점, 고전적 자유주의의 독특한 시각을 알 수 있다. 고전적 자유주의 IR 이론은 현실적인 인간 본성관에서 출발한다; 전쟁은 불가피한 국제 문제 측면이다; 국가는 국제 관계에서 주요 행위자이다; 세력 균형은 국제 질서에서 자생적 질서의 한 형태다; 국제법과 국제기구에 회의적이고 개발 원조에 반대한다; 등. 이런 내용들은 고전적 자유주의 국제 관계론에서 학자들 사이 대개 의견 일치를 보는 내용들이다.
그러나 고전적 자유주의 국제 관계론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대립하는 것들도 있다. 자유 무역이 평화를 가져오느냐, 이민을 어느 정도 개방해야 하느냐, 유럽 연합을 비롯하여 연방에 대한 태도는? 등이다. 서로 사촌이라 볼 수 있는 고전적 자유주의자들과 리버테리언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대립한다. 방위의 민간 제공에 대해서 양 진영은 크게 의견을 달리한다. 국제 문제에 대한 미국의 역할과 관련, 예로 한미동맹을 파기할 것을 주장하는 미국 출신 리버테리언들이 있는데, 다른 생각을 가진 고전적 자유주의자들도 있다.
세력 균형과 관련, 이 책에서도 그것이 전쟁 발발의 원인이 된다고 지나가면서 언급은 하고 있지만, 고전적 자유주의의 기본 입장은 세력 균형이 전쟁을 막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자가 번역(공역)한, 현실주의 국제 관계론자 고든 털럭 교수의 ≪미국의 외교 문제: 간결한 역사≫에서는 세력 균형으로 인해서 전쟁이 일어난 한 예가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다. 즉, 세력 균형으로 말미암아, 미국 독립 전쟁이 발발했고, 그 덕분에 미국이 독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