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섬
저는 ‘아주 작은 섬’에서 태어났지만,
누군가 고향을 물으면 늘 그보다는 ‘조금 더 큰 섬’을 떠올립니다.
남쪽 바다에 있는 ‘조금 더 큰 섬’…….
검푸른 바다가 날마다 붉은 해를 낳았고,
마당에 한가득 자갈 비를 뿌리는 태풍이 수시로 드나들었고,
어느 해 첫눈을 본 이후 기쁠 일이 없었던 가족이 살았습니다.
그 가족은 도시로 이사를 하고 나서는 뿔뿔이 흩어져 살았지요.
아마도 ‘조금 더 큰 섬’을 떠나올 때 ‘집’을 챙겨오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그동안 써왔던 동시도 그랬습니다.
그 동시에게 돌아갈 집이 생겨서 기쁩니다.
멋진 동시집에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아가길 바랄 뿐입니다.
첫 동시집을 만들어주신 브로콜리숲 출판사와 귀한 해설로 앞길을 축복해주신 황수대 선생님, 그림을 그려 주신 이원오 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늘 응원해주시는 분들과 ‘조금 더 큰 섬’ 기억을 함께 나눠 가진 가족들에게 고맙습니다.
<가끔 싸우게 되더라도>
새하얀 뿔을 세우고
가끔 싸우게 되더라도
따듯한 붕어빵 가족이 곁에 없다면
꽤 쓸쓸할 거예요.
투명한 왕국에 사는 아이가 그래요.
따듯한 붕어빵 가족이 곁에 없어서
투명한 왕국 여왕이 시키는 대로
재밌지 않은 놀이를 억지로 해요.
혼자 남겨지는 게 싫어서요.
그 아이가 용기 내어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바깥으로 나갔으면 좋겠어요.
오늘 아니면 내일
내일이 아니면 모레라도요.
그땐
미움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구름 위로
눈부신 무지개가 뜰 거예요.
잃어버린 고양이도 찾게 될 거예요.
해바라기와 나무 뒤에 숨어 있던
‘그러던 어느 날’도 얼굴을 빼꼼 내밀 거예요.
모두 반갑게 아이를 맞이할 거예요.
오랫동안 떨어져 있다가
다시 만난 가족처럼요.
2025년 여름
전자윤
_담장 밖 아이들과 토지문화관에 감사드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