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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소설

이름:김화진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최근작
2026년 7월 <유령들 4>

개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

나는 이제 참담하고 낙담한, 수척하고 메마른 어떤 것들을 쓰게 될까? 모르는 일이다. 지금의 마음으로는 아직은 좀 더 해맑고 힘을 내는 소설을 쓰고 싶긴 하지만. 내 마음이 언제 어느 쪽으로 달려가 어떤 소설을 쓰게 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어떤 마음으로 쓰든 소설을 쓰게 되는 순간은 좋은 순간임에 틀림없다.

우연한 작별

사랑과 폭력을 달걀의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하듯 떼어 낼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관계는 그 둘을 마구 뒤섞은, 어설픈 스크램블드에그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텅 빈 마음 가진 채로

이번 소설집에 실린 이야기들을 다시금 찬찬히 살펴보니······ 사는 내내 시시콜콜하게 괴로워하면서도 결국에는 사는 거 좋지 않니,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도대체가 왜 그럴까? 쾌도 불쾌도 시원스럽게 느끼지 않는 것 같은데 뭐가 그렇게 또 사는 건 좋을까, 스스로에게 그런 걸 되묻게 됩니다. 하지만 단번에 답이 나올 리는 없고······ 일곱 편 묶였으니 한 일곱 편 더 묶으면 조금은 대답에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만 해봅니다. 대부분 어딘가를 누군가를 떠나온 인물들이 모인 터라 저도 아직 소설의 인물들에게 다가가기가 좀 어렵습니다. 익숙했던 자리를 이제 막 떠나왔으니 마음이 싱숭생숭할 것 같고 그런 사람들에게 괜히 말 걸면 안 될 것 같은 느낌······ 그러나 그들은 언제나처럼 저 자신이기도 하겠죠. 그러니까 앞선 말은 제가 저에게 말 거는 일도 쉽지가 않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상하게 가면 갈수록 스스로가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낯설고 데면데면합니다. 이전에 알고 있던 나와 또 조금 다른 표정으로 살고 있는 것 같아서 내가 알던 걘 누구였지? 다 내 착각이었나?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는데 두번째 소설집에 실린 소설을 마주할 때에도 역시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혹은 이번 소설집에 실릴 이야기들을 마주해야 하는 현실의 제가 하필 그런 시기를 지나고 있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전까지의 나를 파악하는 데에도 그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달라진 나를 이제 또 알아보려면 얼마나 더 오랜 시간이 걸릴까······ 막막하고 허무해서 소설집을 묶는 동안 선배 소설가를 만나 투덜거린 적이 있습니다.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하는 거 너무 허무하고 지겨워요, 기껏 알게 되면 뭐 해요 시기나 상황에 따라 금세 변해버리는데······ 하고요. 내가 누구인지 정리를 좀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살면서 ‘나 같은 것’의 예시나 근거를 열심히 수집하고 탐색해서 이런저런 정의 내림으로 모종의 정리를 해놓으면 어느 날 문득 상황이 바뀌고 자리가 달라지고 그러면 나름대로 정리되었다고 믿은 나의 내면 어딘가에서 어느새 삐죽 튀어나와 있는, 예외의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그럴 때면 왜 그렇게 열이 받는지. 아마 그 푸념도 열받아서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것이었을 겁니다. 아 계속 달라질 거면 왜 알아봐야 돼요? 같은 억지를 전부 들어준 큰 그릇의 선배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판본이 여러 개인 거죠.” 그 말을 오래 잊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만 알고 있었으면 억울해할 일도 아니었는데 하는 부끄러움이 함께라 더 잊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요. 제가 오래 기억하는 일들을 살펴보면 대체로 수치심과 끈적하게 얽혀 있는데요. 선배로부터 그 말을 들은 그 장면은 기분 좋은 부끄러움 쪽이라 더 희소합니다. 그런 적은 살면서 거의 없었던 것 같거든요. 그러니까 저는 스스로에 대한 정보를 업데이트할 때마다 이전의 것들이 무의미해진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더는 그런 말을 할 수 없어진 나, 더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나, 현재와는 동떨어진 나. 그런데 우습죠? 첫번째 소설집의 ‘작가의 말’에서 저는 분명히 이게 이때의 나고 시간이 흘러 이 마음을 취소하게 되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적어놓은 것 같은데요. 말하자면 꼴값이었던 걸까요······ 실제로 그렇게 한다는 게 어떤 뜻인지 모르는데 멋진 말을 하고 싶었던 건지, 그때는 알았는데 이후에 살면서 그런 마음을 싹 까먹게 된 건지. 둘 중 어느 것인지 몰라도 이렇게 다시 배운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까먹으면 어때? 다시 배운다! 그렇게 저를 한번 봐주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우왕좌왕 저를 기록하는 것은, 두 번은 까먹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입니다. 자꾸만 달라지는 내가 원망스럽고 마음에 들지 않아도 잘해보자, 사실 스스로를 알아보는 거 (끔찍하지만) 재밌잖아, 하고 인정하려고요. 저는 저밖에 모르고, 혼자 있으면 영원히 그것밖에 모를 것 같고, 그런 제가 끔찍해서 외부의 누군가가 저를 좀 흔들고 밀어 그 자리에서 벗어나게 해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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