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아도 우리는 걷고 있다.
살다 보면 길이 분명하게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없고,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이 맞는지조차 확신이 서지 않을 때.
그럼에도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
각자의 자리에서 하루를 건너간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그렇게 지나온 시간의 기록이다.
늦었다고 느꼈던 배움의 시간,
익숙한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던 날들,
보이지 않는 두려움 앞에서 한 발을 떼기까지의 망설임,
그리고 다시 걸어가게 했던 사람과 말들.
보이지 않아도 걷다 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와 있었다.
이 책을 묶으며 깨달은 것은 하나다.
우리는 대단한 결심으로 삶을 바꾸기보다
작은 마음 하나를 붙들고 하루를 건너간다는 사실.
그 하루들이 모여 지금의 내가 되었다.
혹시 지금,
자신의 길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느끼는 이가 있다면
멈추지 않고 걷고 있다는 사실만은
스스로에게 말해 주었으면 한다.
이 책이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자리,
그리고 다시 걸음을 내딛게 하는
조용한 동행이 되기를 바란다.
2026년 여름
인생이란 오래 달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결승선에 도달하려면 얼마의 시간이 필요한지 알 수 없습니다.
고개를 돌려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바라봅니다.
자신들만의 삶의 방식으로 묵묵히 달리고 있습니다.
딸로 아내로 엄마로 직장인으로 살다가
지친 몸으로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거기 한 꼬마가 서 있었습니다.
책 읽기를 좋아했던 어린아이는 꿈꾸었습니다.
언젠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맑게 하는 글을 쓰고 싶다고요.
살포시 어릴 적 꿈을 꺼내 펴 보았습니다.
그리고 나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쏟아낸 독백을
글로 쓰는 용기를 내보았습니다.
삶은, 그냥 무조건 앞만 보고 달리는 게 아니란 것도 알았습니다.
여유라는 물 한 모금 마시며
나의 삶을 누릴 때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한 권의 책을 엮을 수 있게 격려해주시고 응원의 박수를 보내주신
수필가 김홍은 충북대학교 명예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늘 바쁘다고 투정만 부린 나를 이해해주고 위로해주는
사랑하는 가족에게 고맙다는 말 전합니다.
답을 찾을 수 없는 바이러스로 모두가 힘든 나날.
저의 글로 조금의 위안이 되길 바라는 작은 소망을 담아봅니다.
2020.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