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오며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헤어졌습니다. 사랑했던 순간도 있었고, 사랑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시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니 사랑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다른 모습으로 제 안에 남아 있었습니다.
이 책은 그런 깨달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이 있습니다. 그때는 사소하게 지났던 아버지의 수많은 말들, 당연하다고 여겼던 행동들, 표현되지 않았던 걱정과 사랑이 그렇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저 역시 삶의 무게를 조금씩 알게 되면서, 그 기억들은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아버지는 참 다정한 분이셨습니다. 이제 와 돌아보니 제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늘 곁에 계셨고, 자신의 방식으로 사랑을 건네셨습니다. 이 책은 그 사랑을 뒤늦게 이해하게 된 한 사람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아버지는 저의 소중한 스승이십니다.
글을 쓰는 동안 오래된 기억들을 다시 만났습니다. 어떤 기억은 따뜻했고, 어떤 기억은 아팠습니다. 그리고 그리웠습니다. 그 모든 순간 속에는 사랑이 있었습니다. 사랑받았던 기억, 사랑했던 시간, 사랑을 잃고 아파했던 날들까지도 결국 지금의 저를 만들어 준 소중한 조각들입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독자 여러분도 자신의 삶을 떠올려 보았으면 합니다. 아버지일 수도 있고, 어머니일 수도 있고, 친구나 스승, 혹은 이미 곁을 떠난 누군가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사랑의 흔적들을 말입니다.
우리는 때때로 혼자라고 느끼고, 사랑을 잃었다고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기억 속을 천천히 들여다보면 알게 됩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으며 살아왔고, 그 사랑은 지금도 우리 안에 남아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 책이 잠시 잊고 있던 사랑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오늘을 살아갈 작은 힘이 되어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당신의 삶에도 오래도록 남아 있는 사랑이 있기를 바랍니다. 늘 응원해 준 두 아들, 부모님, 동생 영아, 친구 은정, 인선, 옥영이, 그림을 그려준 김헌수 시인 그리고 동료 작가들에게 무한 감사를 드립니다.
이야기 속 주인공 레오는 갈등과 위기를 겪고, 충돌 속에서 상처를 입습니다. 그 해답과 치유 방법을 자기 스스로 찾아냅니다. 신앙은 사탕처럼 달콤하지 않습니다. 또 컴퓨터 게임 같은 재미를 주지 않습니다. 그러기는커녕 구속하는 것도 많고, 지킬 것도 많고, 시시때때로 골치 아프게 할 때가 많습니다. 신앙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속한 공동체 안의 삶 또한 그렇습니다. 신앙에서 비롯된 편견으로 행동이 자유롭지 않은 것을 종종 봅니다. ‘성당에 다니면서 왜 저래’ 하는 말에 발끈한 레오처럼. 저는 이 이야기에서 강요된 신앙으로 무조건 행복할 거란 편견을 깨고 싶었습니다. 까칠하고 완고한 레오 신부님도 어린 레오에게 배우는 모습을 봅니다. 우리는 서로의 거울이 되어 살아야 합니다.
다 만들어진 틀 속에 그저 좋을 거라는 고정관념은 벗어던져야 합니다. 우리는 시련을 겪은 후 하는 말이 있습니다. ‘죽을 때까지 배운다.’ 하다 못해 먼지를 뒤집어쓰고 서 있는 들꽃에게서 ‘의지’를 배웁니다. 세상 만물 속에서 힘을 얻어 삶을 스스로 헤쳐 나가며 나의 길을 걸어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