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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고장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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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국선도 밝돌법 공화의 숨결 : 하>

국선도 밝돌법 공화의 숨결 : 상

청산 사부께서 재입산하기 전인 1983년 겨울이었습니다. 74년도에 출판하셨던 국선도 교재에서 인쇄 과정에서 앞뒤가 바뀐 부분이나 착오로 잘못 나왔던 부분들을 하나하나 바로잡는 작업을 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이 과정은 사실 오류를 잡는 과정이라기보다 오히려 국선도의 본법과 별법의 원리와 이치를 밝히는 과정이 되었는데, 몇 달 동안 밤잠 없이 원고 작업을 하시며 하루 한 시 틈도 주지 않으셨던 긴 여정이었습니다. 제게는 출판의 전 과정을 처음으로 경험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사부께서는 매일 밤늦은 시각에 작은 책상 앞에 앉아 원고를 쓰기 시작해서는 날밤을 새우고 아침까지 작업을 하셨는데, 하루는 아침을 넘겨 점심때까지 한치의 미동도 없이 글을 쓰시다가 흐트러진 원고와 자료를 정돈하기 시작하시길래 나도 옆에서 거들자 "정리하고 인쇄소나 같이 다녀오자."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다가 흩어진 원고 사이에서 하얀 창호지 조각(겹겹이 쌓여 두터운 오래된)을 꺼내시더니 제게 건네주셨습니다. 조각난 창호지에는 무엇인가가 붓글씨로 적혀 있었습니다. 읽어보라 하시는 거구나 하는 느낌에 잠시 멈춰 그 안에 적힌 글을 읽었습니다. "내 이제 몇 송이 공화를 꺾어 그림자 없는 꽃병에 꽂아 보내니 보는가 그대여 공화들의 미소를 제발 바라노니 매일 아침마다 화롯불에 떨어진 눈송이를 모아 번갯불에 태워서 그 꽃들에다 주기를" 작은 붓으로 쓴 글씨였는데 워낙 하얀 종이에 검은색으로 도드라지게 쓰인 글이라 눈에 잘 띄기도 했고 무언가 의미심장하게 느껴져서 읽은 후에 바로 사부님께 다시 돌려드리니, "가지고 있어." 하셨습니다. 예전부터 사부께서는 항상 원고를 건네주시면 정말 딱 한 번, 빠르게 읽을 시간만 주시고는 바로 가지고 가셨기 때문에 저는 그날도 습관적으로 글을 읽고 바로 돌려드렸던 건데, 이 글은 가지고 있으라 하시니 의아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 국선도 교재가 나왔을 때 아무리 살펴보아도 그 글은 책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원고 작업 하실 때 주신 글이라 당연히 그 글이 책 어딘가에 들어가나 보다 했던 것이 제 착각이었던 것입니다. 저는 아직도 창호지 그대로 그 글을 소중히 보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긴 시간이 흐른 후에 겨우 깨달았습니다. '아, 이건 내게 주어진 숙제로구나!' 그러고는 틈틈이 그 화두를 붙들고 씨름하기 시작했습니다. -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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