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 하나로 시작하였다. 질투는 욕망이란다. 내가 갖고 싶은 것을 다른 사람이 가졌을 때 맹렬히 달려오는, 미처 이루지 못한 욕심의 아픈 감정이라는 것이다. 어느 한순간 참을 수 없는 통증으로 마침내 터져버린 질투는, 두려움과 열등감과 모자람보다 훨씬 더 단단하고 겁이 없는, 용기와 자존감과 자신감으로 새롭게 시작할 이유를 주었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그림 그리는 것을 사랑하고 그러면서 둘 다 완전히 가지고 싶은 나의 욕망은, 쉽게 꺼지지 않는 화로 속의 열기처럼 스스럼없는 따뜻한 온기로 추운 마음을 껴안는다.
가끔은 내가 쓴 글과 그림을 보면서 부끄러워한다. 그것은 처음보다 조금은 성장해서 부끄러움을 안다는 것이며, 그 부끄러움으로 먼 훗날 더 나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거라고 믿어본다. 자신을 온전히 내보이는 것이 두려워, 혹시라도 예전으로 돌아가는 실수를 반복할까 무서워, 뒤를 되돌아보지 않으려고 나비의 날개를 퍼덕인다. 시간의 뻔뻔함으로 그리고 세월의 숫자로 끝까지 버틸 무모함이다. 돌아보며 후회하는 것보다 앞으로 나아가는 더 강한 질투와 욕망으로, 오늘 지금 다시 책상 앞에서 짧은 머리 묶으며 희망한다.
이제는 내가 나에게 자랑하며 칭찬받으며 또 예쁨 받고 싶다
- 2024년 1월, 김해연 「두 번째 책을 준비하면서」 전문, 본문 117쪽
약속
약속을 지키려 마음이 서둔다. 그러나 또 다른 마음은 어깨를 강하게 누르며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 그래도 스스로에게 한 약속을 지키고 싶다. 책상 앞에 앉으면 늘 나의 이야기만 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 그렇게도 어려운지, 벗어날 생각도 못 하고 동그라미 안에서 맴돌아 다닌다. 그러나 난 다른 사람을 잘 아니 전혀 모른다.
나도 나를 몰라 약속으로 꽁꽁 묶어 가두어 두는데, 어떻게 아무것도 모르는 대상을 무엇으로 표현하여야 하는지 어렵고 모자란다. 그냥 무언가를 쓰고 싶어지는 그대로 머릿속에서 손가락으로 옮겨지는 글자들을 모으는 단순한 기쁨만으로, 더없이 행복해지고 시간을 잊는다. 좋아하는 것을 한다는 포만감으로 굳이 가진 만큼보다 더 큰 욕심은 부리지 않지만 그래도 부끄러움은 안다. 욕심을 한껏 포장하면서, 그렇지만 끝까지 그것이 무엇이든 ㄱㄴㄷ을 모아 문장을 만들고 글을 쓸 것이라는 예감은 덫에 걸려 있다. 그렇게 앞으로 늘 하는 그대로의 똑같은, 새로운 약속을 지킨다.
2026년 여름
김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