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가뭇없는 이야기인 줄 압니다.
길을 가다 문득 내가 지금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하고 하늘을 올려다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리하여 저 손 뻗어도 아스라이 닿지 않는 억겁의 시간이 지나온 길과 가야 할 길이 되어 앞뒤로 끝도 없이 펼쳐져 있는, 그 영원의 무게에 짓눌려 그만 길 위에 털썩 주저앉아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진작 수없이 입술 깨물며 묻고 덮어두었을 바로 그 해묵은 이야기 말입니다.
죽기를 각오하고 나를 따라와 길 위에 길게 드러눕는 내 그림자!
가령, 내가 한 대여섯 살이나 되어 어머니의 손을 잡고 걷던, 미루나무 두 줄기 사이로 흙먼지 뽀얗게 일던 신작로를 떠올립니다.
가면 틀림없이 거기 혀끝에 살살 녹는 얼음과자와 노릇노릇한 국화빵이 기다리고 있을, 아침 햇살을 따라 걸어갔다가 저녁 어스름에야 지쳐 돌아오던 그 흑백의 시골길을 나는 여태 변함없이 걷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