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병아리 둥지 밖을 나오다
이제 늘그막에 쓴 나의 글이 한 권의 책이 되어 세상 밖으로 나온다. 우연히 찾아온 인연에 따른 우정의 글 한 점이 나를 보금자리 밖으로 나오게 한 것이다.
모든 것이 우연이고 운명이었다. 2018년 《생활과 문학》에 써 낸 한 편의 수필이 나의 인생 기록을 정리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담담히 나의 진솔한 생각을 표현했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신인상을 받았다. 67세라는 나이지만 웅크리지 말고 둥지 밖으로 나와 넓은 세상도 보고 날갯짓도 해보라는 뜻 같았다.
그동안 나는 그림으로 서예로 나의 내면세계를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수십 점의 병풍과 크고 작은 작품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고는 있었지만, 세상 밖으로 내놓은 적은 없었으니 나는 둥지 안에 갇혀 있었던 셈이다.
그런데 《생활과 문학》을 계기로 그동안 축적된 내면의 기록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글쓰기는 고뇌의 소산인데, 이 나이에 처음으로 세상과 마주하니 조금 두렵기는 하다.
돌이켜보면 하나하나의 사건들은 계획하지 않았지만 내게 다가왔고, 나는 항상 거부하지 않고 몸과 마음을 다스리며 새로운 길을 가고자 했다. 그렇게 달려왔다. 지나놓고 생각하니 내게 닥쳤던 고단하고 힘들고 어려웠던 일까지도 나를 단련시켜 준 것이고, 더 좋은 성취를 위한 과정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기록은 나와 인연 있는 모든 분들과 함께 만들어 온 결과물이다. 그러기에 이제 나와 관계한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어디 나 혼자의 힘으로 이룬 것이 하나라도 있겠는가? 모든 분들과의 인연과 사랑 덕분이다.
서툰 나의 첫 수필집을 엮는데 조언을 아끼지 않은 여러분들, 특히 우리 가족에게 감사의 말을 전해야겠다. 마음으로 구별했던 안과 밖이 하나가 되어 스스로 가두었던 둥지 안에서의 진중함을 가진 채 뒤뚱거리며 걸어야 할 나에게 독자들의 많은 격려를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