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전면에 등장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늘 생각했습니다. 고양이 수염을 모으듯 한참 간직해 온 마음을 풀어 쓰고 나면 도리어 힘을 얻게 되는 것 같습니다. 유난히 덥고 괴로운 계절을 보내는 동안 카오스와 치즈, 턱시도로부터 큰 힘을 받았는데, 외로워도 슬퍼도 이 힘을 끌어다 계속 쓰고 싶습니다.
(…)
그리고 치치에게.
나의 따뜻한 누름돌. 동생이자 언니, 오빠, 스승 그리고 친구가 되어 주는 고양이야. 겁이 많아도 용기를 내야 할 때 스스럼없이 용감한 너를 존경해.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는 새벽마다 배 위에 올라와 불안을 눌러 주는 너의 무게를 사랑해. 내 목숨의 일부를 떼어 주고 싶어. 영원한 소원이야.
2025년 가을
이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