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인생의 전환점이 왔습니다.
그동안 박관희 시인의 아내, 조영자로 살다가 이제 조영자 시인이란 새로운 삶의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물론 지금도 박관희 시인의 아내란 사실에는 조금도 후회가 없습니다. 오히려 남편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든든한 남편이 있어 지금의 제가 바로 설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남편은 언제나 제겐 하늘같은 존재입니다.
하늘이 있었기에 자식농사도 잘 지을 수 있었습니다.
눈물을 속으로 흘릴 때마다 남편 얼굴만 떠올리면 금새 제 자신을 가다듬게 되고, 더 열심히 노력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니까요.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 당시는 고생이었으나, 지금 생각하면 모든 것이 제겐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박관희 시인이란 큰 하늘이 있어서, 어떤 고난도 능히 즐거운 마음으로 이겨낼 수 있었으니까요.
믿음직스러운 남편의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제겐 든든함 그 자체였습니다.
남편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더라도 저는 남편을 믿고 신뢰할 수 있었던 그 배경에는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의 깊은 마음을 읽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시를 또는 시조를 쓰게 되면, 제 인생의 실타래가 한올한올 엮어져 가는 것처럼 무척 행복한 순간이 찾아옵니다.
첫 번째 시집은 시조로 완성한 작품집이었다면, 이번 두 번째 시집은 자유시로 완성한 작품집입니다.
첫 번째 시집 [시심을 가꾸는 농부]가 발간된 지, 엊그제 같았는데 벌써 제2시집을 발간하게 되어 감회가 새롭습니다.
첫 번째 시집을 쓸 때는 농부의 마음이었다면, 이번 두 번째 시집 [복수초]에서는 겨울을 뚫고 새봄을 알리는 시인의 입장으로 쓰게 되었습니다. 누구나 고난과 고초 속에서 성장합니다. 저는 박관희 시인과 동행하면서 너무도 많은 눈물과 가슴 저리는 순간을 겪었습니다. 그 과정을 고통이란 단어로 표현하기 보다는 오히려 겨울을 딛고 아름답게 꽃을 피워올려 봄을 알리는 복수초의 삶으로 대신하고 싶습니다.
복수초를 통해 남편과 자식들에 대한 변함없는 제 사랑을 전하면서, 더 나아가 절망 속에서 고뇌하는 이 시대의 풀잎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나눠주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2022년 5월 제천에서 조영자
“저는 시심을 키우는 농부의 아내랍니다.”
시조집 <시심을 키우는 농부>는 저의 남편 백서 박관희 시인이며, 저는 ‘시심을 키우는 농부의 아내’입니다. 항상 남편은 저의 전부였고 저의 동반자였습니다. 남편을 믿고 살아온 지도 어언 사십 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남편과 함께 했던 삶은 인생역정의 파노라마처럼 굴곡이 많았습니다. 남편의 올곧은 신념은 제게 나침판이 되었습니다. 늘 흔들림이 없는 남편의 모습은 너무 멋있었고, 믿음직스러운 지아비였습니다. 그렇게 함께 살아오면서, 백봉 선생도 알게 되었습니다. 작곡의 세계에 눈을 뜨게 되었고, 백봉 선생의 어부인 오무임 시인도 알게 되었습니다. 오무임 시인을 통해 시와 시조의 세계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금년초 사단법인 한국시조문학진흥회에서 주관했던 수안보온천 전국시조백일장에서 영예의 장원작으로 당선되었습니다. 특히 ??한국시조문학?? 신인상으로 인정되는 대회 규정에 힘입어, 시조시인이 되는 큰 행운도 안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지아비를 잘 둔 덕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과 만난 지가
사십년 넘었구려
이마엔 깊이 패인
인생의 계급 달고
머리 위 얹은 연꽃은
가족 위한 희생꽃
- '당신' 전문
제 졸작, '당신' 전문입니다. 저는 제 남편을 자랑하는 팔불출입니다. 이 세상을 마치고 다음 생이 만약 주어진다면, 제 남편과 꼭 살고 싶습니다.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해온 당신은 연꽃입니다. 진정 당신을 사랑합니다.
2019년 박달재 정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