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지구적 생태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서구 자본주의에서 생산력의 추가적인 발전이 역사의 해방적 동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생각은 분명 지나치게 순진하다. 사실 오늘날의 상황은 1848년의 상황과 확연하게 다르다. 즉, 자본주의는 더 이상 진보적이지 않다. 오히려 자본주의는 생산과 재생산의 일반 조건을 파괴하고 심지어 인간과 비인간 존재를 심각한 실존적 위협으로 내몬다. 요컨대, 역사 발전에 대한 마르크스의 관점은 구제 불능의 한물간 관점인 것처럼 보인다. 이와 같은 상황, 이와 같은 역사적인 국면에서, 마르크스주의가 부활할 가망이 조금이나마 있으려면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모순을 중심으로 하는 ‘역사 유물론’이라는 악명 높은 거대 도식을 근본적으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바로 이것이 전 지구적 생태 위기에 직면한 상황을 비관하거나 종말론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마르크스주의의 시각에서 (인류) 역사의 끝이 아니라 또 하나의 맑고 밝은 미래를 그려 보는 계기로 삼으려는 이 책의 중심 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