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화가로서의 나혜석의 삶을 만화로 그리겠다는 소망을 마음 한 구석에 간직하고 있었다. 그에게 최초라는 수식어가 여럿 붙어 있지만 무엇보다 내게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만화가였다. 선배 작가에게 헌정하는 만화를 그리고 싶었다.
(…) 앞서 두번의 작업이 있었지만 이번은 오로지 나혜석에 집중할 수 있던 시간이었다. 나 스스로 나혜석이 삶을 마무리하는 나이를 지나오면서 그에게 붙은 많은 수식어를 떠나 ‘있는 그대로의 나혜석’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가 걸어온 길, 예술과 페미니즘 그리고 불교는 세상을 구원하는 길이며 나혜석이 간직했던 궁극적인 삶의 지향이기도 했다. 이번 작업을 통해 나혜석의 마음에 조금 더 가까이 가볼 수 있었다고, 그의 삶의 모든 부분은 그 자체로 완벽하고 충만했었다고 말하고 싶다.
2025년 7월
유승하
왜 비혼모 만화를 하려고 생각했냐면, 나부터 비혼모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만화를 통해 제가 가진 편견도 허물 수 있을 거라 기대했거든요. 그래서 내내 제가 배우는 기분으로 취재했고요. 생각보다 편견이 두터웠는지 작업이 어려웠습니다. 주변 사람에게 딸이나 동생이 비혼모가 된다면 어쩌겠냐는 질문을 했더니, 대답이 모두들 그런 생각도 질문도 하지 말라는 것이었죠. 많이 배우고 여유있는 사람들에게서 더 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