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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조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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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POD] 시간에 기대어>

[POD] 시간에 기대어

‘Don’t waste your time’ 내 휴대폰 배경 화면에 적혀 있는 문구다.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오래된 격언처럼 수많은 사람이 쓰는 말이다. 유명한 사람들의 강연을 들으면 자주 듣게 되는 말이기도 하다. 아마 많은 사람이 이 말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24시간이 주어지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삶이 바뀔 수 있다는 이야기는 굳이 거론할 가치를 못 느낄 정도로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니 말이다. 그렇지만 나는 하루 24시간을 48시간처럼 쓰고 싶은 것도 아니고, 자투리 시간을 하나하나 쪼개어 완벽한 계획표처럼 살고 싶지도 않다. 그런 이야기를 하려는 것도 아니다. 다만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시간이 더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게 사실이고 그렇기에 더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크기 때문에 나의 삶을 돌아보며 자신을 다잡는 시간을 갖고 싶다. ‘시간이 없다.’는 말은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어떤 사람은 일이나 학업처럼 자신의 주된 업에 대부분의 시간을 쏟고 있어서 주변 다른 상황에 신경을 쏟을 만한 여유가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것이고, 어떤 사람은 어떤 특정한 시간이 오기까지 멀지 않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 ‘시간이 없다’는 후자에 가깝다. 그렇지만 나의 특정한 시간은 일의 마감 기한이나 누군가를 기다리는 기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내가 사랑하는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의미를 담은 ‘시간이 없다.’이다. 나는 오랜 기간 병을 앓고 있는데 이 병의 역사가 꽤 길다. 지금 내 나이가 29살이고, 처음 발병한 것을 알았을 때가 15살 때니까 벌써 14년이 흘렀다. 인생의 절반 정도 병을 앓으며 살아온 셈이다. 그렇게 오랫동안 아팠지만, 나의 주변 사람들 중 내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아픈지에 대해 아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가족을 포함해서 나와 가장 가까운 소수의 사람만이 나의 병에 대해 알고 있을 뿐이다. 지금껏 나의 병은 나의 약점 같은 것이었다. 내 병에 관해 이야기했을 때 사람들이 측은해하는 것도 싫었고 사실을 알기 전보다 훨씬 더 조심스럽게 대하는 것도 몹시 싫었다. 나에게 있어 나의 병을 밝히는 것은 그저 내가 마음을 열었다는 것을 의미할 뿐인데 마치 나를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처럼 대하는 것은 굉장히 자존심 상하는 일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갖고 살다 보니 내가 가진 이 병이 단순히 육체의 병이 아닌, 마음의 병이 되어간다는 것을 느꼈다. 숨기고 드러내지를 않으니 속에서 그냥 썩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사실대로 이야기하지 않으려니 괜찮은 척을 해야 했고 때로는 거짓말까지 해야 했다. 언제나 양심을 지키며 살아오지는 않았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까지 적당히 멀쩡한 척 이야기를 꾸며내고 있으려니 이건 옳지 않다는 판단이 섰다. 걱정을 시키지 않겠다는 이유로 말을 하지 않은 것이지만 오히려 그런 거짓과 숨김이 그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이유도 있었다. 차라리 솔직하게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이 나 스스로 더 가벼워질 수 있는 길이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길일 것이다. 그렇기에 내가 하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내가 혼자 갖고 있던 긴 병의 역사이자 정말 솔직한 이야기일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내가 왜 다른 사람들보다 시간이 없다고 느끼는지, 왜 낭비하면 안 되겠다고 결심했는지 더 자세히 풀 수 있으리라 본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면서 나와 비슷한 사람들 또한 많이 보게 된다. 무언가 변화를 하고 싶어 하지만 고민만 너무 많이 하다가 결국은 별다른 행동을 하지 못하고 계속 같은 방식으로 살아가는 이들 말이다. 이들이 나와 같거나 비슷한 아픔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해도 이 책을 통해 스스로가 가진 시간의 유한성을 한 번쯤 짚어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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