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환경의 변화에 반응하지 않는다. 두꺼비는 주어진 삶에 ‘충실’하다.
휴대폰에는 수많은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 그런데도 내가 접하는 이야기는 나와 동떨어진 세계의 웅성거림으로 가득하다. 누군가가 만들어낸 이야기거나 넘치는 뉴스들이다. 끊임없이 자기를 확인하기 위한 SNS를 접속하는 두 손가락으로 만든 허상이기도 하다.
이것은 세상과 나를 이어주는 보이지 않는 끈이며 환상이다. 그 환상을 즐기고 있는 사람이 점점 늘어가는 것이 이 세계 현실이기도 하다. 그들이 핸드폰을 잡고 있는 한 세계의 이 방식은 계속 진화할 거다.
나를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에게 얼굴 붉히지 않고 내보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 그것만이 필요한 거다. 종일 휴대폰을 꺼 놔두어도 문제 될 것이 없다. 다만 그랬을 경우 아주 적은 확률로 나를 찾는 단 한 사람 정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미로 그건 비즈니스라 해두고 싶지만 그렇다.
휴대폰이 없는 그 하루는 거의 편안하게 지날 수가 없다. 내가 반응하지 않아도 또 다른 내가 여전히 반응하도록 이미 학습되어 버린 것이다.
나는 두꺼비다. 겨울잠을 자지 않는.
교묘하게 변화되고 있는 사회 환경에 반응할 이유가 반드시 있게 마련인 이 세계에서 숨을 쉰다는 이유로 말이다.
결국, 휴대폰이 없다면 나는 이 세계에 없다는 게 될 수도 있다. 그게 두려운 것인지 뭔지도 나는 생각해 보지 않지만, 분명 휴대폰 충전을 끊임없이 하려는 내가 있는 한 나는 여기 있고 싶은 거다. 그렇게 보아도 별로 틀리지 않는다.
내가 하려고 하는 일에 그럴싸한 경력과 인정이 필요한가? 그럴 필요가 있다면 아직 세상에 나설 때는 아니다. 일상이 만들어낸 글쓰기에서 이룬 결과물을 나눌 그대면 충분하다. 주말을 이렇게 글을 끄적이며 보내는 일이 대부분이고 외출도 안 하는 경우 사물에 말을 건다. 한 권의 책, 영화 한 편, 사진 한 장, 노래 한 곡에서 튀어나오는 이야기가 또 하나 세계를 만들어 나를 웃게 한다. 그것으로 족하다.
사회에 내딛는 첫걸음이 중요하다고 누가 말했을까. 출처도 분명하지 않은 이 문장에 둘러싸여 첫사랑, 첫 직장, 처음 하는 작품, 이놈의 ‘첫’ 자가 사람 잡는 글자가 아니고 무엇인가.
“첫.
나는 이 ‘첫’ 자에 신경 쓸 만큼 치밀하지 못하다. 그것이 나를 자유롭게 했다면 수많은 사람을 곁에 두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첫’은 평생일 수 있다는 것을 빨리 알아차렸기에 자유롭게 살아간다. 물론 그 자유에 속아 넘어가면 안 되지만 그래도 그 ‘첫’ 이란 말보다는 훨씬 나은 ‘자유’임에는 틀림없다.
나는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그야말로 꿈이라 생각했다. 꿈을 이루려면 대가가 필요한데 나는 그 대가를 치를 생각이 전혀 없었다. 치열하다는 것이 생리에 맞지 않았다. 이 사실도 남들보다 일찍 알아차려서 작가가 되려는 치열한 노력을 나는 사양해버렸다. 생각해 보면 작가라는 단어는 사회에서 인정받거나 잘 팔리는 작품에 달린 수사였다.
나는 그것보다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에 ‘작가’이기보다 ‘이야기하는 사람’으로 만족했다. 그래 그거였다. ‘이야기꾼’이면 충분했다. 내 이야기는 사람들 일상에서 흘러나왔고 그것에 상상력을 덧붙여 새로운 이야기를 쓴다.
이야기란 어느 정도는 그럴싸해야 하니까. 이야기가 논리적일 이유는 없다. 이야기는 그냥 이야기이다. 그랬다더라 하며 누군가에게 들려줄 재미와 약간의 공감을 가질 수 있으면 된다.
애초에 막연하게 내가 지닌 삶의 가치는 가능하지 않았다. 내가 품은 사랑의 힘으로 세계가 좀 더 나은 쪽으로 변화되어 갈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내게 남은 시간을 두고 현재를 기준점으로 돌아보니 세계는 너덜너덜하고 그 가운데 사람은 점점 쭈그러들고 있었다.
바람 빠진 축구공처럼 탄력이 없어 땅 위에서 구를 뿐 공기를 타고 멀리 갈 수가 없었다. 결국, 찍. 누군가의 발에 한 번은 붙었다가 이내 외면하고 떠나가는 공. 소년의 투덜거림만이 뱅뱅 돌고 있는 거다.
내가 늘 경계하는 일은 단 한 가지다. 정신적으로 자기 위안을 하지 않는다. 이것만 잘 지켜낸다면 크게 망가질 이유가 없다. 사람들은 자기 이름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것이 늘 께름칙하고 몹시 귀찮다.
나는 여전하게 오늘을 잘 살고 있다. 첫 번째 장편소설. 치열하지 않아도 스르르 열린 선택이라지만, 어쨌든 내가 어디로 갈 것인지. 내가 오늘을 멀쩡한 정신으로 맞는 한 뭐가 문제가 될까. 나는 그저 이야기꾼이고 소재가 없으면 다시 침묵하면 그만이다.
화려한 외출. 그곳에서 만난 사람과 나눈 그 시간의 이야기를 묶어서 글을 쓴다. 이곳을 떠나 또 다른 삶의 방식을 찾는 것으로 첫 이야기를 마무리하기는 싫었지만, 어차피 새로운 사람들이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라는 길 위로 들려오는 바람소리에 ‘첫’ 이야기는 위안이 된다.
나는 두꺼비니까. 여전히 꿈을 꾸는...
세월호 참사 7주기를 맞습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 호 참사는 내 삶에 뜻하지 않은 두려움을 주었습니다. 돌아 보면 그저 순탄한삶은 아니었지만, 나는세 아이의 선택으로 일찍이 독립을 시키고도 그들의 안위를 걱정하거나 두렵지 않았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지켜 보면서 숨이 턱턱 막혔습니다. 막연한 두려움은 공포로 내 삶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만약 내 아이가 세월호에 있었다면 지금 나는 어찌 견디어낼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세월호 구조에 방관하고 있는 국가의 행위와 언론의 행태는 볼만 했습니다. 언론은 공정성을 잃은 채 표류하는 가운데 나는 무엇이든 해야 했고 사회 참여라는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4.16연대에 가입하고 후원금을 보내고 팽목항을 다녀오고 세월호 기억의 숲 조성에 힘을 보태고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알아내려는 프로젝트에도 힘을 보탰습니다. 내 삶을 갉아대는 공포심을 줄이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된 다는 것, 팽목항을 떠날 수 없는 마음, 304명의 생명을 구하지 못한, 아니 구하지 않은 국가의 폭력 앞에 저항할 수 있었기에 그 공포심은 조금 잦아들었습니다.
이 글이 잃어버린 생명들을 다시 기억하게 합니다. 세월호 참사 7주기를 맞는 지금까지 어떻게 그대로인가… 역사의 한 장에 기록될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은 왜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는가. 진실이 침몰하고 한국사회는 어떻게 이리도 멀쩡한가… 그 설움과 분노, 절망을 뒤로 하고 포기하지 않는 마음, 희망으로 세월호를 품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7주기를 맞아 세 번째 책을 펴냅니다. 7주기를 맞아 다시 찾아간 팽목항은 세월의 흐름에 녹슨 구조물과 바닷바람에 견딘 빛 바란 노란 리본들이 아직도 아우 성댑니다. 진실은 결코 제 힘을 잃지 않습니다.
진실은 내 기억에서 지워지는 순간 흐릿해집니다. 세월호 기억하기. 성역없는 수사와 진상규명이 될 때까지 힘을 더해 이 땅에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세월호 참사 7주기 304명을 기억하고 진정하게 추모할 수 있는 그날을 간절하게 열망합니다. - 프롤로그
[34자로 詩를 얹으며]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하기.
2014년 4월 16일에서 10년이 되었다.
개인적 애도를 넘어서서 공동체가 해야 할 마땅한 사회적 책임을 아직 다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에 여전히 기억하기에서 온전하게 추모하기로 넘어가지 못하는 마음은 여전하다.
2024년 분주했던 내 겨울나기가 조금 여유로워지기 시작하고 봄이 열리자 다시 10년 전 그날 상황을 재현한다.
“왜?”
아주 선명하게 답할 수 있는 나는 세월의 흐름과는 상관없다. 몽롱하게 잠든 흔한 고통이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다시 그날이고, 덮어씌운 커다란 숫자만이 보이기 때문이다.
#3650은 그렇게 기억한다.
[34자로 詩를 얹으며]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하기.
2014년 4월 16일에서 10년이 되었다.
개인적 애도를 넘어서서 공동체가 해야 할 마땅한 사회적 책임을 아직 다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에 여전히 기억하기에서 온전하게 추모하기로 넘어가지 못하는 마음은 여전하다.
2024년 분주했던 내 겨울나기가 조금 여유로워지기 시작하고 봄이 열리자 다시 10년 전 그날 상황을 재현한다.
“왜?”
아주 선명하게 답할 수 있는 나는 세월의 흐름과는 상관없다. 몽롱하게 잠든 흔한 고통이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다시 그날이고, 덮어씌운 커다란 숫자만이 보이기 때문이다.
#3650은 그렇게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