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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김신영 5960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최근작
2025년 10월 <화려한 망사버섯의 정원>

12시인의 일곱째 노래

우리는 주님의 세미한 음성을 들으며 이번에는 시편, 잠언, 전도서, 아가서 등 성경에서 가장 주옥같은 내용이 들어 있는 경전을 제재로 삼았다. 3,000년 이전에 쓰인 책도 있으며 서사가 많다. 더구나 비유가 너무 뛰어나고 아름다워 인간의 손길이라고 믿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여기에 우리의 손으로 작은 신앙고백을 현대적 시점에서 덧대어 본다. 내 이름을 아시고 내 모든 생각을 아시는 전능자가 흐르는 눈물을 닦아 주고 어디를 가든지 함께하는 모양은 심장을 하나 더 갖는 것처럼 든든한 성정이 된다. ― 「시평」 중에서

불혹의 묵시록

어디서나 결핍이 나를 부른다. 핍진으로 인한 삶과 언어도단을 일삼으면서 시를 쓰는 일 또한 도달하지 못한 세계에 대한 결핍이라 여긴다. 삶의 길은 펼쳐지고, 채워지지 않는 욕구는 오늘도 꿈꾸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조금 먼 길을 가고 있다.

아직도 시를 배우지 못하였느냐

작가란 매몰된 일상에서 빠져나와 비로소 존재하는 자 여기 하나의 자취를 남긴다. 하얗게 눈이 온 뒤에 걸어간 발자국을 남기듯이 작가가 되기 위해 한걸음 내딛는 사람들을 위해 그 진부한 발자국을 여기에 담는다. 이 정성이 가득한 시인의 발자국에는 삶이 담겨있고 웃음과 눈물이 담겨있다. 글을 쓰면서 인간은 일상에서 빠져나온다. 일상에 매몰되어 퇴락한 삶을 살았으나 이제는 비로소 존재하는 것을 느낀다. 글을 쓰는 것은 존재하는 모습의 일환이다. 존재한다는 것은 하이데거에 의하면 일상에서 빠져나오는 것이며 의미와 가치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는 인간의 존재와 의미에 대한 고찰로 자신의 의미를 재고하게 한다. 현존재로 명명된 우리는 일상 속에서 퇴락한 삶을 살고 있다. 이는 존재한다고 말하기 곤란한 지경이다. 그러나 자신의 존재 가능성을 이해하고 미래를 향해 자신을 의탁하는 것은 바로 존재하는 형태다. 즉 도구와 타인에 대해 배려하면서 ‘관심’을 갖고 ‘죽음’을 의식하는 것이다. 보통의 사람인 우리는 평균적 일상성으로 도피한다고 하이데거는 말한다. 적나라한 세계 안의 존재로 되돌아가 자신의 현존재와 미래를 감당하지 못한 채 퇴락한 삶을 사는 것이다. 퇴락이란 건물 따위가 한창 성하던 시기를 지나 쇠퇴하여 허물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즉 지위나 수준이 뒤떨어지는 것이다. 본래의 존재로 살아가는 것은 어쩐지 불안하고 마음이 편치 않아 퇴락으로 도피하여 세상 속으로 숨어들어가 대개 무책임하고 안락한 삶의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이데거는 이를 비본래성이라고 불렀다. 사람들은 누구나 죽는다. 이 죽음에 대한 인식이 바로 본래적인 존재로의 가능성에 가장 깊이 관련된다. 자신이 죽음을 향하여 가는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를 회피하며 일상에 매몰되어 살아간다. 이러한 퇴락에서 벗어나는 것은 결의성이다. 즉 본래적인 존재로 살아가기로 결단하는 것이다. 작가로 살아가기로 결심한다는 것은 결심 이전의 삶과는 다른 삶을 살겠다는 의지이다. 이는 존재하는 것이며 인생과 삶에 대한 깊은 사고를 동반하는 일이다. 일상은 각성을 어렵게 하지만 존재는 각성을 한다. 글을 쓴다는 것은 각성을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존재하기 위하여 오늘도 하찮은 이파리 속에 담긴 우주적 질서를 들여다본다. 그 위대한 목소리를 듣는다. 거기에 각성이 있고 존재가 있으며 인식이 있다. 드디어 작가가 된 사람들은 그 점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존재로의 인생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2020년 3월 명서헌 우거에서 - 프롤로그

화려한 망사버섯의 정원

내가 슬픈 것은 선택하기도 전에 이미 타자를 위한 존재, 나는 제외된 세상이었다. 그것은 극히 미세해서 역할 분담이라는 차원을 뛰어넘지 못하는 것이었다. 나는 역할 분담의 부분에서 중요하거나 소중한 일은 삼가야 했고 내가 운전할 수 있는 역할은 더욱 주어지지 않았다. 대신 사회로부터 가치 없이 여겨지는 일을 해야 했고 나는 가끔 들러리가 되었다. 그것은 반쪽이의 역할이거나, 무의미하게 평가받았다. 나의 시는 그 점을 기억하고 싶었다. 사람들이 느끼는 당연의 경지에서 조금씩 틈을 보이는 무의미한 존재의 슬픔, 나는 앞으로도 그 점을 기억할 것이다. 1996년 4월 ■ 시인의 산문 사람들의 인식이 좀 더 형이상학적인 것이 될 때, 완전한 세상을 꿈꾸게 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는 정원을 그리워한다. 정원에서 소외되어온 대중 속에서 홀로인 나는, 위로받을 수 있을 것 같기에, 모든 소외된 것들은 부분적 인정이 아닌 그의 모든 것을 전폭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 같기에, 정원에서 흐르는 웃음소리를 그리워한다. 그리하여 나는 정원을, 아니 낙원을 오랫동안 꿈꾸어 왔다. 그 세계는 좀 더 완전한 것들로 차 있을 것으로 짐작이 갔다. 그러나 부정력은 내 아버지들이 꿈꾸던 정원과 내 어머니들이 꿈꾸는 정원과 내 사람이 꿈꾸는 정원과 내가 꿈꾸는 정원이 각기 다르다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래서 낙원에는 이제 골프장과 화려한 의상의 유명 메이커도 있어야 하였고 유명 백화점도 들어섰다. 이제 우리의 낙원은 수많은 욕구에 부대낀다. 낙원을 정말 잃어버릴지도 모르겠다. ■ 복간에 부치는 말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온 첫 시집을 30년 만에 복간한다. 그간 세월이 훌쩍 흘러갔고 나는 30년의 나이를 더 먹었다. 시력은 늘었으나 나는 아직도 초보자처럼 방황하고 어딘지 장소를 정하지 못하고 엉뚱한 길에서 눈물을 쏟기도 한다. 오래전 책을 복간하는 것은 오래전 나를 다시 보는 것, 또한 지금의 나를 다시 보는 것, 그때 이렇게 문학의 초입에 들어 가볍게 흔들렸다는 사실에 놀란다. 더불어 세상은 너무나 많이 변하였는데 시집 복간이 의미와 가치를 더하는 일일까 되뇐다. 오래전에 내가 나에게 부친 편지처럼 시집을 읽으며 나를 찾고 있다. 일부 첨삭을 하였으며 오자를 수정하였다. 돌아보건대 30년간 나는 흥망성쇠와 천변만화를 거듭하면서 많은 것이 달라지긴 하였다. 그리고 1집에서 밝혔듯이 사람들이 잘 모르는 틈새를 밝히는 길을 가고자 하였으나 아직도 제대로 그 길에 들어서지 못하여 서성거리고 있다. 맑은 글을 짓는 행랑채 명서헌에서 2025년 9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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