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에서
내게는 글을 쓰게 하는 마법의 문장이 있다.
‘그날, 아무도 보지 못한 장면이 있었다.’
이 문장을 쓰고 나면 내 상상력은 부릉부릉 시동이 걸리고 900마력의 스포츠카처럼 튀어나갈 준비를 한다. 아무도 못 보고 나만 아는 그 장면에 대해 나는 오래도록 생각한다.
《이 별이 마음에 들어》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소설 속 허구지만, 허구가 아니다. 이 작품을 쓰면서 나는 그 시대의 많은 자료를 찾았고 그 속에서 사람들과 에피소드들을 하나씩 복원하는 고고학자의 마음으로 작업했다. 그래서 《이 별이 마음에 들어》를 읽는 독자들의 마음속에서 이 사람들이 다시 살아났으면 하고 바란다.
지금도 나는 구석에 서서 사람들을 유심히 본다. 나만 보고 있을 그 장면을 놓치지 않기 위해.
_작가 김하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