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나 자기만의 마가린 공장을 갖고 있다. 우리 모두 마가린 공장으로 휴가를 떠나자. 자신의 고유한 색깔과 향과 맛을 오감으로 느껴보자. 조금 더 고소하고 조금 더 달콤하고 조금 더 신선한 삶이라면 좋겠지만, 조금은 불안하고 조금은 아슬아슬하고 조금은 시들어 있는 것도 내 삶이다. 나의 마가린 공장에서 생산된 시는 앞의 삶이 아닌 뒤의 삶에 더 많이 할애 되어 있는 게 분명하다. 나는 여기에 이미 있고,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오늘 하루에도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해가 났으니 나는 조금 크고 있을 것이다. 활주로를 빙글빙글 돌며 떠오르지 못하는 비행기처럼 하늘에서 땅에서 버림받은 느낌으로 때로는 움츠러들고 때로는 누군가에게 삿대질을 하며 그것도 마땅치 않으면 온 마음으로 기도하는 수밖에 이제 팔랑, 날개를 펴고 가볍게 날아보고 싶다.
한 손을 들고 하늘을 본다 손은 달걀 하나를 쥔 것처럼 가볍게 이것은 어제 했던 동작이다 다음은 왼팔을 강하게 옆으로 쫙 펴고 손가락 끝에 힘을 준다 시선은 손가락 끝으로 이것은 한 달 전에 했던 동작이다 거울을 뚫어지듯 강렬하게 이것은 언제인지 모르겠다 아기 때의 버릇인지도 오늘은 어제 했던 동작과 한 달 전에 했던 동작과 아주 오래전에 했던 동작을 모아 처음 추는 춤을 춘다 이상한 춤을, 아침을 먹거나 거르는 방식으로 책 사이에 연필을 꽂아 어제 위에 올려놓는 방식으로 새로 산 옷을 입어 보는 방식으로 파스타를 포크에 돌돌 말아 먹는 방식으로 어쩌면 나는 이상하지 않은 춤을 추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