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이후, 11년이란 긴 세월이 흐른 후에
첫 시집을 냅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원고를 한 곳으로 모아봅니다.
진솔한 시를 좋아하는 독자들과 시인을 잇는
인연의 다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견고한 콘크리트보다는
유년시절, 힘껏 뛰어 건너던 징검다리같이
기억에 남을 시편들이기를 기도합니다.
늘 내 곁에서 가죽을 꿰매는 남편에게,
그리고 문학의 길을 함께 걷는 문우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 전주 맹가미 가죽공방에서
꽃이 건네는 위로를 따라
나를 바라볼 줄 알게 되었고
매발톱꽃처럼 낮게 피어도
채송화처럼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사람은 꽃 같은 미소로 다가왔다가
그리움이라는 계절로 남았고
푸른 숲의 침묵을 빌려
내 마음을 다시 세워 주었다
절망 속에서
희망은 멀리 있지 않았다
바람이 머문 자리, 새의 부리 끝
푸른 하늘 아래, 개울을 타는 물소리에서
이 세상은 다시 피어났다
나는 오늘도 피어나는 것들의 이름을 불러가며
가슴에 잉태했던 시들을 모아 한 권의 시집을 건넨다
내 마음속에도
당신의 마음에도 행복꽃 피기를
두 손 모아 기도드린다
2026년 9월
전주한옥마을에서
詩人 전숙영
어느덧 문단에 데뷔한 지
17년이란 긴 세월이 흘렀습니다.
2017년 첫 시집, 『가슴앓이』 출간은
저의 생을 축복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기에
독자에게 고개 숙여 감사를 전합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창작지원금으로
두 번째 시집을 출간합니다.
시인된 운명, 시를 쓰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음을 고백합니다.
시를 사랑한 외길, 열정적 생이었음을 덧붙입니다.
이 시집이 누군가의 삶에 닿아
절망의 가시덤불 속, 행복꽃 피우기를
간절히 기도할 뿐입니다.
2024년 2월
전주 한옥마을 맹가미 가죽공방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