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에 감춰져 있는 그 안에는 신비스러운 동화의 나라가 숨 쉬고 있다. 다만 사람들이 모르고 있을 뿐이다. 동화만이 아니라 그 안에는 많은 사람들의 눈물과 애환이, 버려진 삶의 동물적 신음과 더러운 탐욕이 낙엽처럼 뒹굴고 있다. 내 눈에는 삶의 고통과 허무, 고독한 영혼들의 방황, 눈물겨운 사랑과 피를 말리는 이별의 아픔, 시대의 고통과 가난한 사람들의 몸부림이 보인다. 사람들의 몸속에 흐르는 살인의 철학까지도. ‘달맞이언덕의 안개’는 나에게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달콤한 속삭임이었고, 연인의 부드럽고 촉촉한 손길이었고, 많은 비밀을 간직한 삶의 끝없는 미로였고, 방황하는 내 고독한 영혼의 동반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