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게 맡겨졌던 소임,
그녀를 삶에서 데리고 나오는 것,
하지만
그녀를 데리고 나오지 못했다
詩에서는
라이너 쿤체, 「젊은 젤마 메어바움-아이징어 시인을 위한 묘비명」에서
글의 약점을 가리기 위해 외국시 구절을 슬쩍슬쩍 들여놓습니다. 한국시를 인용하면 작가의 눈치를 봐야 하지만, 외국시는 들통이 나도 작가가 멀리 있으니 쉽게 따지려 들려고 하지 않을 테니까요. 멋 부린 문장을 보고, 참 잘 쓴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부끄러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런 지난한 과정들은 가질 수 없는 ‘글의 힘’을 부여받기 위함도 있지만, 독자를 유혹하고 싶은 욕망도 있습니다. 가지고 싶을 만큼 충격적이고, 소름 돋고, 토막토막 난, 배반을, 탕! 한 발의 총성을, 백일몽 속에서 듣기 위함도 있습니다.
도무지 도달할 수 없는 어떤 지점에, 새로운 의미가 탄생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슬쩍슬쩍 들여놓은 구절로 인해 제 글쓰기는 더불어 아팠고 더없이 행복했습니다. 각각의 ‘부’가 서로 다른 ‘결’을 가졌지만 시에서 그녀를 데리고 나오지 못한 죽음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 머리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