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러움보다는 부끄러움이 더 많은 세월을 흘러와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를 지나고 보니 이제 내 얼굴과 나의 행동에 담긴 깊이를 생각해 볼 여유가 생겼습니다.
사람들 속에서 나를 깨닫고 싶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내가 아니라 내가 몰랐던 나를 찾는 일이 참으로 어려운 일임을 눈치채고 싶었습니다.
교사가 되어 굽이굽이 흘러오다 비로소 발견하였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 눈에 보이는 것을 통해 생각나는 것을 자연스럽게 쓰는 것, 내 마음을 옮겨 놓는다는 것, 그것이 바로 내가 그토록 바라던 내 인생의 꿈이었음을 말입니다.
‘진짜 선생님’이 얼마나 건방진 소리인지를 깨닫는 일이 나의 한 걸음이라 생각하며 그래도 감히 진짜를 닮은 선생이 되고 싶음을 고백하려 합니다.
길게 또는 짧게 나를 알게 된 많은 사람에게 나의 존재가 지나가 버린 따뜻한 훈풍이 아니라 미미하지만 오래도록 머무는 일상의 바람 같기를 소망하며 부족한 글을 내밀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