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것들을 기억한다.
그 기억이 나를 끌고 왔다.
사라지고 없는 바람, 냄새, 아우성
사라지고 없는 사람들의 투명한 손에 걸려 턱턱 넘어지며 상처투성이의 몸이 되어 노암마을에 스며들었다.
세 해째를 여기서 살고 있다.
피난 온 행색이지만 이건 내 생애, 작심하고 저지른 내 의지다.
여행에서 돌아와, 부스스한 머리를 하고 서 있는 나무를 의심하면서, 텃밭에 쪼그려 앉아 풀을 뽑으면서, 정원을 어슬렁거리는 길고양이를 보면서 새로 시가 써졌다.
세상에나! 내 속에 아직도 시가 살고 있었다니!
여전히 나는 슬프다.
그러나 흐르는 눈물을 참지 않고 울어버리는 것이 얼마나 인간적인지 알아버렸다.
나는 사라진다.
그러나 나는 지나온 어느 시점으로도 되돌아가길 원치 않는다.
낙타처럼 오래 걸어서 비가 오고 있다.
2016년 늦은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