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내게 말했다.
어릴 때 엄마가 내 손을 잡고 오늘은 뭘 해 먹을까, 물어보던 그 하굣길이 힘들던 학교생활을 보듬어 주는 것 같아서 그렇게 좋았다고, 그 좋은 기억 때문에 자기도 애들에게 그 시간만큼은 그렇게 한다고.
어린이들만 공휴일이었던 예전의 어린이날, 아버지는 학교 수업을 오전으로 당겨서 하시고 오후에는 가족 나들이를 했다. 엄마도 모처럼 일 옷을 벗고 곱게 한복을 입고 양산을 쓰고 나섰다.
또 계절마다 한 번씩 봄에는 딸기밭을 여름은 수박밭을 초파일에는 절을, 우리들을 데리고 다니셨다.
지금과 달리 시골에서 그 정도 누리고 산 것은 순전히 아버지의 의지 때문이었다.
빚잔치를 할 정도의 어려움 속에서 아버지가 우리에게 남기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아버지 살아생전에 그 기억이 참 좋았다고 왜 말씀드리지 못했을까?
나이 들어 보니 그 와중에 여유를 부린다는 것은 얼마나 굳은 의지였는지 알겠다. 아버지의 의지로 만들어 간 따듯한 기억들이 삶의 원동력이 될 때가 많았다.
외손주 혜환이와 승환이가 고등학생쯤 되어서 이 시집을 읽고, 지난 세대를 생각하고, 따뜻한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
이번 시집은 빚을 갚는 마음으로, 시적 긴장감이 떨어지더라고 가족의 공감대에 더 의미를 두었다.
고마운 사람들이 참 많다. 이심전심으로 전해지리라.
2026년 초여름
정안 가락골 꽃마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