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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제프리 케인 (Geoffrey C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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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넥스트 스티브 잡스>

넥스트 스티브 잡스

스물세 살에 나는 서울로 건너갔다. 《타임》과 《이코노미스트》에 글을 쓰며 경제와 기술, 그리고 북한 위기를 취재했다. 그러다 한국이라는 나라에 매료되어 5년을 머물렀다. 그곳에서 보낸 시간은 내가 취재하고 글을 쓰는 방식을, 그리고 실패와 성공을 바라보는 시각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한국에서 쌓은 취재는 첫 책 《삼성 라이징》으로 이어졌고, 이 책은 파이낸셜 타임스·매킨지 ‘올해의 경영서’ 후보에 올랐다. 서울의 어느 저녁, 삼겹살을 앞에 두고 한 은퇴한 삼성 엔지니어가 잊지 못할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1983년, 그는 삼성의 첫 주력 제품이 될 64K D램 칩을 만드는 엔지니어 부대에 합류했다. 작업을 시작하기 전, 삼성 엔지니어들은 한겨울 깊은 밤에 대오를 갖추고 산을 넘어 64킬로미터를 행군했다. 동틀 무렵 산을 내려온 그들은 구미에 새로 지은 삼성 반도체 공장으로 들어섰다. 그러고는 노력과 헌신을 다짐하는 서약서에 서명한 뒤, 첫 근무에 들어가 칩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 엔지니어는 자랑스러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기억에 지쳐 보였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두 감정을 따로 떼어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성공하려면 고생을 해야지요.” 그는 내게 그렇게 말했다. 취재를 위해 한국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든 이야기의 이런 이면을 보는 법을 내게 가르쳐주었다. 성공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성공이 될 줄 아무도 몰랐던 시절을 보라는 것이었다. 그 불확실함, 그리고 한참 지나서야 비로소 의미가 드러나는 노력 말이다. 모든 변화에는 그런 시절이 있다. 그러나 대개 그 시절을 기록하는 사람은 없다. 내가 결국 《넥스트 스티브 잡스》를 쓰게 된 것도 바로 그래서다. 1985년부터 1997년까지,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공동 창업한 애플에서 쫓겨난 뒤 넥스트(NeXT)라는 회사를 세웠다. 아무도 그 회사가 성공하리라 보지 않았다. 돈은 돈대로 까먹었고, 직원과 공동 창업자들의 마음은 하나둘 떠나갔다. 문제는 잡스가 시대를 너무 앞서간 기술을 만든 탓에, 그것을 쓸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데 있었다. 잡스의 삶을 다룬 통상적인 이야기들은 이 시기를 서둘러 지나쳐버린다. 그리고 바로 그 점이, 내가 이 시기를 쓰고 싶었던 이유다. 나를 놀라게 한 것은 그 자료들이 거의 손대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는 사실이다. 관련 기록은 카네기멜런 대학교와 스탠퍼드 대학교에, 그리고 넥스트 출신 인사들의 집에 흩어져 있었다. 나는 넥스트 회의 자리의 잡스를 담았으나 한 번도 방송되지 않은 영상을 찾아냈다. 기자든 역사가든, 그 자료를 들여다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 그 고투의 한복판에서 여러 해를 보낸 임원과 엔지니어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했다. 그들은 해피엔딩으로 너무 빨리 건너뛰어버린 역사 속에서 자신들의 존재가 지워졌다고 느끼고 있었다. 실패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사람들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늘 성공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실패가 성공에 필요한 교훈을 가르쳐준 대목으로 곧장 건너뛴다. 스티브 잡스를 두고도 그렇게 한다. 삼성을 두고도, 또 한국이라는 나라의 이야기를 두고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경제 기적이자, 개발도상국들의 본보기다. 그러나 그 기적은 한가운데를 들여다볼 때에야 비로소 이해가 된다. 한국이 가난을 딛고 정상의 자리로 올라서던, 그러나 그것이 성공하리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던 수십 년의 세월 말이다. 대다수 사람들이 건너뛰는 것이 바로 그 시절이다. 한국은 내게, 정작 중요한 것은 그 ‘광야’의 시절이었음을 가르쳐주었다. 이 책 《넥스트 스티브 잡스》는 그렇게 해서 나온 결과물이다. 그리고 이 작업이 마침내, 그 모든 것이 비롯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어 더 없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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