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에 시집 펴내는 일은 상상도 해본 적이 없다. 한강변에 살면서 간간히 그 정취를 넷 동호회에 올린 것이 내 글쓰기의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세기만에 제주도로 환고향하자 소설가가 꿈이었던 죽마지우가 홀연히 세상을 뜬 것이 내 글쓰기를 촉발시켰다.
긴 글 쓰는 게 이젠 힘에 부칠 것 같아 시 창작으로 맘을 굳혔다. 물론 시 쓰기가 짧아서 쉽다는 뜻은 아니다. 그보다는 머리로 쓰기를 넘어 가슴으로 쓰는 함축된 글의 묘미를 맛보고 싶었다는 게 내 거짓 없는 마음이다.
문학수업을 받은 적도 없고 지난날 사무적인 글쓰기의 관성 탓에 쉽지 않겠다는 회의에도 빠졌다. 그러나 백세시대를 누리는 선배들의 시를 보면서 부족한 대로 세상에 자신을 들어내어 얻는 가르침을 내 일생 마지막 활력소로 삼자고 마음을 다잡으니 용기가 생겼다.
2010년 1월 월간 한비문학의 시 부문에 등단, 다섯 해가 흐르는 동안 습작이나 등단지에 발표했던 졸시 중에서 120편을 골라 부족한 데는 많이 손도 보았다. 코앞이 팔순(八旬)인데 앞으로 다시 시집을 어찌 내랴 싶어 눈 딱 감고 좀 과하게 실었다.
문학평론가 김시태(金時泰) 교수의 우정과 아낌없는 격려에 감사드린다.
늘 첫 번째 독자인 내 처 문화자(文和子) 데레사의 내조에 고맙다는 뜻도 남긴다. 쉽게 읽히도록 끝까지 살펴 주어 큰 도움이 되었다.
끝으로 발표의 길을 열어준 월간 한비문학과 시집을 펴내 주신 시인 김영태(金榮泰) 한비출판사 사장님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