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사는 게 옳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고 함께 먹으며 즐거워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을 듯합니다. 안동 장씨 할머니가 그러하셨듯, 밥하기 40년에 이르러 이제 모든 것을 차분하게 정리하는 마음으로 <엄마의 밥상>이라는 주제로 한 권의 책을 내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보시는 분들이 하나라도 익혀서 정성들여 음식을 만들어 맛있게 드시고 본인도 주위도 모두 즐거우시면 좋겠습니다.
정성으로 베푸는 행복한 우리 음식
<엄마의 밥상>과 <요리 백과 338>에 이어 다시 여러분께 인사드리게 되어 고맙고 기쁘게 생각합니다. 한국의 전통음식을 정리하여 또 다른 ‘엄마의 밥상’을 차리게 되었습니다.
요리 공부를 시작하고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다양한 외국 음식 식재료가 들어오고 문화가 교류되는 가운데, 음식 역시 여러 가지 형태로 바뀌는 것을 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특히 빠르고 간편한 인스턴트나 퓨전 음식, 외국 음식들 속에서 한국음식의 정체성을 찾고 싶었습니다. 이에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실용적인 ‘우리 음식, 한식’을 책으로 엮어내고자 오랫동안 마음을 모았습니다. 그 마음을 담아 이 책을 펴냅니다.
이 책이 우리 음식의 기본기를 익히게 되는 좋은 교과서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 또한 세계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음식 문화를 알리는 문화 콘텐츠로서의 역할도 기대해봅니다.
좋은 음식은 정성이 가득한 사랑의 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먹거리는 사람의 정서와 닿아 있습니다. 따뜻한 밥에, 따끈한 국물, 구수한 된장찌개, 매콤한 김치 등 생각만 해도 맛있는 것이, 입에 침을 고이게 합니다. 감칠맛 나는 간장, 된장, 고추장, 젓갈 등이 있어서이지요. 먹고 나면 속도 편하고, 또 먹고 싶습니다. 시간과 정성을 품은 발효음식이 빠지지 않는 까닭입니다.
한국의 음식문화는 궁중에서 가장 발달했고,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귀한 손님을 접대하는 고급 음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궁중요리에 이어 명문가의 음식도 집안 대대로 전해 내려오면서 한국 전통음식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그밖에 각 지방마다 지역 특산물을 이용한 특색 있는 향토요리가 존재합니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각종 어류와 조개류, 해조류 등의 해산물이 풍부합니다. 또한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는 지형적 영향과 봄·여름·가을·겨울 등 뚜렷한 기후 변화로 인해 수확하는 농산물의 종류가 다양합니다. 집에서 기르는 채소뿐 아니라 산과 들에 자생하는 산나물·들나물 등을 계절에 따라 다양하게 이용한 것도 한식의 특징입니다.
같은 채소류라도 날것 그대로 겉절이를 하거나, 물에 데치거나 볶아서 나물을 만들거나, 소금과 고춧가루로 양념해서 발효시켜 김치를 만드는 등 다양하게 이용합니다.
육류는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을 주로 이용하는데 굽거나 튀기는 것보다는 물에 삶거나 찌는 요리가 많습니다. 식단은 계절별로 다양하며, 제철이 아닌 재료들은 과학적인 방법으로 저장해 사시사철 고른 영양을 섭취할 수 있습니다. 가을에 수확한 배추와 무를 양념해서 발효시킨 김치는 대표적인 저장음식입니다.
그밖에 콩을 발효시켜 간장과 된장, 고추장을 담그는데 이들 장류는 한식의 가장 중요한 소스의 역할을 합니다. 이 책에는 이처럼 다양한 우리 음식을 국·찌개·반찬 같은 일상음식, 특별한 날의 별미음식, 명절·절기음식, 몸을 이롭게 하는 건강음식, 궁중음식, 각 지방의 향토음식, 김치와 장아찌, 떡·한과·음료 등으로 장을 나누어 정성껏 담았습니다.
또한 ‘조리 기본기’, ‘양념 공식’, ‘장 담그기’와 같은 기초 이론을 함께 실어 요리를 처음 배우는 분에게는 든든한 교과서가 되고, 오랫동안 한식을 즐겨온 분들에게는 다시 꺼내보고 싶은 참고서가 되기를 바랍니다.
저의 요리책을 닳아지도록 보았다는 주위 분들이 계십니다. 제가 할 일은 우리나라의 전통음식을 엄마의 손맛으로 전하는 일이므로, 여러분이 함께 우리 음식을 많이 해서 먹고 베풀면 좋겠습니다.
좋은 음식이란 결국 정성이 담긴 따뜻한 밥상이라고 믿습니다. 사랑이 깃든 집밥은 그 자체로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고 힘을 줍니다. <한식 대백과>가 여러분의 부엌에서 오랫동안 함께하며, 우리 음식을 더 즐겁게 만들고 나누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