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조직화를 단순히 권력에서 벗어나는 탈중심, 또는 저항으로 이해하면서 경제와 반경제, 제도와 비제도라는 이분법적 논리 구조로만 사고하는 것은 조금은 시대착오적인 일이 되겠다. 우리는 흔히 ‘자기조직화’를 이야기할 때, 90년대 반제도적 차원에서 형성된 ‘대안공간’과 ‘아티스트런 스페이스’를 대체하는 개념으로 이해하는데, 지금 우리가 논의하고 있는 ‘자기조직화’를 과거의 그것과는 구별하여 생각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의 자기조직화는 더 다층적인 관계망에 놓여 있으며, 단순한 이항대립 위에서 보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마이브릿 보르겐의 글 「자기조직화의 내외적 형식」에서 언급된 샹탈 무페의 복수성과 비평적 경합주의를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비평적 경합주의’는 정치적 토대로서 상대 진영을 이분법 상의 ‘적’으로 분리하기보다는 ‘동등한 파트너’로서 인식하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복수성을 만들고, 결국 복수성과 경합주의는 다원화되고 다양한 외부 조건을 반영한 미술계 안에서도 필요한 태도로 여겨진다. 우리는 변화하는 조건과 제도적 환경 속에서 좀 더 영리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