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에 미쳐 유기농 산지로 이름난 쿠바를 알게 됐다. 그 먼 곳을 누가 가나 했더니 숱한 발자취가 남겨져 있었다. 가슴 떨림을 억누르고 지칠 때까지 걸었다. 다리를 주무르며 주위를 둘러봤지만 악어의 이미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쿠바노들은 죄다 김기택 시인이 ‘순한 감옥’이라고 명명한 소의 눈과 닮아 있었다. 인간에게 이롭기만 한 생명체는 없을까. 고심 끝에 누에라는 단어를 찾아냈다. 이름을 짓고 난 뒤엔 흡족해서 아이스크림을 마구 퍼먹었다.
쿠바라는 서사시의 행간에는 은유와 상징이 널려 있다. 차곡차곡 쟁여둔 서사를 밑천 삼아 키보드를 두드렸고, 동양일보 연재를 거쳐 사진을 곁들인 책을 출간하기에 이르렀다. 커피에 미쳤다는 걸 증명하려고 펴 낸 시집 <커피를 훔친 시>와 등단작과 수상작을 곁들인 소설집 <아디오스 아툰>에 이어 산문집 <카리브의 누에, 쿠바>를 선보인다. ‘늦기 전에 쿠바’를 써 두지 않으면 크게 후회스러울 것 같아서다. 쿠바에 갈 계획을 하고 계신 분들께는 예비지식을, 다녀 온 분이라면 아련한 추억을 안겨드리려는 뜻으로 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