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성서의 인물들도, 오늘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책은 바로 그 점에 주목해 인물들을 다루어 나간다. 사실 오늘을 사는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이들의 면모를 다시 거들떠보려는 것은, 바로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되돌아보려는 것이다. 그러나 최종적 목표는 지금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려는 것이다. 결국은 내 안의 가능성을 점검하는 계기로서 성서의 인물들을 살펴보려는 것이다.
사실 이 책은 민중신학 입문서와 같은 책이다. 나는 민중신학이 과거의 신학이 아니라 '현재진형형'의 신학임을 이 책에서 드러내고 싶었다. 실제로 이 책의 구성은 80년대와 90년대의 이론적 실천적 지형 속에서 민중신학적 성찰을 담은 것으로 되어 있다.
물론 그 성찰은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고, 책을 구성하기까지의 시대적 과제에 대한 성찰을 이 책은 담고 있다. 길고 난해한, 또는 아리송한 책 제목이 붙여진 사연도 사실은 민중신학의 당대적 과제를 드러내려는 데 있었다. 자본의 지구화 현실에서 어떤 대안이 있을까 하는 것을 신학적으로 성찰한 책이라는 것을 드러내려 했다.
그러나 책 제목으로는 실패한 것 같다. 지금 책의 부제로 붙어 있는 <민중신학과 정치경제>가 원래 생각했던 제목이었고, 혹시 재출간할 기회가 있다면 그 제목을 복원할 생각이다. 정치경제적 대안 모색에 관심을 기울이며 민중신학적 성찰을 시도해 온 평소 나의 입장이나, 이 책의 성격을 드러내기에는 그 제목이 훨씬 간명하다.
(2002년 9월 6일 알라딘에 보내신 작가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