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뒤에서 보면 필연의 연쇄이지만, 시대의 분기점이나 각각의 운동이나 사건의 관계에는 그때마다 다른 선택지들이 있다. 원고를 완성하고 나서 보니, 여운형이 선택한 길은 적어도 해방까지는 틀리지 않았고, 무엇보다 성실하게 민족의 명운을 개척해나가려 했다. 나는 그런 점을 증명했다고 자부한다.
지금 한국어판 간행에 즈음하여 말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 있다. 그것은 식민지시기 민족독립운동의 중요한 일면인 조선 민중의 수난에 대해 해방 후 한국사회가 왜 무관심했는가 하는 점이다. 문헌목록을 봐도 그 관심의 정도를 알 수 있다. 필자는 일찍이 한국의 친구에게 재일동포를 차별 박해하는 일본이 재일동포의 뿌리인 본국 한국에 존경을 표할 리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재일동포의 과거와 현재는 운명공동체라는 의미에서 한민족 역사 영위의 일부이다. 물론 일심동체는 아니며 거리를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과거가 있어 현재가 있고 미래도 있다는 사실 말이다. 그리고 그것을 관통하는 교훈과 역사의식을 추찰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