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윤형두 회장을 존경하는 까닭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도 그가 한평생 외길 인생을 걸어온 것이 무척 존경스럽기만 하다. 그는 한평생 책과 더불어 살아왔다. 책만을 사랑하며 살아왔고, 책만을 위해 살아왔고, 책 속에만 묻혀 살아왔다. 그러자니 그의 몸에서 책 냄새만이 물씬 풍기고, 책 향기만이 향기롭다. 그의 몸 자체가 책인 양 고상하고, 책인 양 귀중하다.
그는 많은 글을 썼다. 《출판물 유통론》이라든가 《사노라면 잊을 날이》라든가 《넓고 넓은 바닷가에》라든가 《책의 길 나의 길》이라든가 여러 가지 논설과 수필집을 냈다. 수필을 쓰되 아무렇게나 쓰지 않고 깨끗하고 아름답고 정직한 글만 골라서 썼다. 그러므로 그의 수필은 한 폭의 자화상이요 참회록이다. “여기 인간답게 살다 간 한 무덤이 있다”라는 비명이 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
그는 수필과 출판으로 해서 상도 많이 받았다. 현대수필문학상· 서울시문화상·동국문학상 등을 비롯하여 애서가상·한국출판학회 저술상 등 많은 상을 탔다. 그는 수필 하나만으로도 뛰어난 작가요 대가이다. 그는 글을 좋아하기 때문에 남의 글들을 존중했다. 그는 《신세계》《다리》 《역사산책》 《책과 인생》 등 월간지 편집장 또는 발행인을 했고 도서출판 범우사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것은 출판업자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 다 쓰지 못한 남의 귀중한 글들을 세상에 드러내기 위함이었다. 돈 욕심보다 글 욕심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윤형두 회장에게 있어서는 내 책이 네 책이고 네 책이 내 책인 것이다. 범우사는 단순한 출판사가 아니라 글동무들의 공동 작업장이다.
이것으로써 그는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대학원에 나가 학생들을 가르친다. 중앙대·동국대·경희대·연세대·서강대 등의 강사 또는 객원교수로서 출판 문화 창달을 위하여 강의를 계속하고 있다. 만약 그의 머릿속에 돈이나 명예만이 차 있었다면 그런 수지맞지 않는 일은 아예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경력을 보면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 중에도 단체 경력이 모든 경력의 태반을 차지하고 있다. 1971년 한국잡지협회 이사를 필두로 하여 한국문인협회·한국수필가협회·대한출판문화협회·한국출판협동조합·한국도서유통협의회·한국출판금고·한국고서동우회·한국출판학회·한국애서가산악회·민족문학작가회·국제펜클럽한국본부, 대한출판문화협회 등, 오늘날까지 무려 27개 단체의 이사장·회장·이사 등을 역임했다. 더 나아가 그는 국제출판학회 조직에 공헌했다. 1984년에 서울에서 제1회 국제출판학술발표회가 개최되었는데, 그때 윤형두 사장 등 한국출판학회 간부들의 제창에 의하여 그 학술발표회가 활기를 띠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