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과 밤을 오가는 작은 집
하루가 빚어낸 사소한 풍경들―
흙내음과 바람,
손때 묻은 농기구와 구절초.
소박한 일상이 길어낸 담담한 이야기들.
밭고랑을 흐르는 바람의 말과
흔들리는 생명들의 일상을,
피부에 스미는 감각을 따라 차곡차곡
모았습니다.
우리가 서 있는 자리,
작은 소리에 귀 기울일 때 비로소
그 소리의 아픔과 무게를 알 수 있듯
이대준 시집_ 거미줄 별꽃 07
이 시집의 소리가
누군가의 쓸쓸한 오후에
작은 온기로 남기를 바라며.
2025년 가을, 삼천동 국다정정에서
짝을 찾는 새는 노래한다. 새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나는 새처럼 내 감정이 시키는 대로 노래하고 싶었다. 은사님이신 이 세재 선생님께서 시집 이야기를 꺼내셨을 때, 귀가 솔깃하여 그동안 써 두었던 글들을 뒤적거려 보았다. 꾀꼬리처럼 맑고 고운 멜로디는 적고, 까마귀처럼 어두운 것과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것 같은 참새 떼 지저귀는 소리들이 많았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그것도 전문적 작업이 아닌, 흥이 일어날 때 틈틈이 시詩라는 참새 녀석과 놀았기에 기러기 떼 하늘 높이 날아가는 운치 있는 비행은 없다. 조금은 경박한 참새 떼의 비행을 보면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내 품 안의 참새들을 세상 밖으로 날려 보내기로 하였다. 조금 가벼운들 어떠랴. 내 성정을 속이지 않고 드러냈으면 그만이지. 때로는 참새의 노래에 귀 기울여 주는 사람 한둘쯤 있지 않을까 하는 순진함으로 부끄러움을 견뎌보기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