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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박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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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제자리 찾기>

산그늘 주유소

원고지와 오선지를 오가며 어느새 삼십여 년... 인내의 고비마다 나를 지탱케 해준 소중한 분신들에게 이제야 조그만 집 한 채 마련한다. 시와 음악, 그리고 신앙은 내 삶의 중심축이다 세월 칸칸이 밀려드는 적막에는 선율로 채워 왔고 세상살이 번잡할 땐 기도하며 詩시를 다독거렸다 하지만 치열한 苦惱고뇌의 한복판에는 닿지 못해서일까 아직도 내 詩시는 화장발이 안 받는다 민얼굴이라 부끄럽고, 또 하나의 책 공해가 되지는 않을까 세상 나서기 두렵지만 더 늦기 전에 평생 나에게 산그늘 주유소가 되어주신 九旬구순의 어머니 앞에 '첫 시집'을 바치려 한다. 2014년 늦가을

제자리 찾기

일상이 끊임없는 제자리 찾기다. 삼라만상이 시간을 쫓으며 제자리를 찾고 있다. 차는 차도를 사람은 인도를 제자리로 지키지만 이탈하면 파도처럼 바람같이 사고가 터진다. 신호등 지키고 약속 지키는 일, 집안청소 설거지 세탁 물건 정돈, 하루의 모든 것이 제자리 찾는 일이다. 제자리는 존재를 나타내고 제자리 찾기는 모든 것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참 나를 발견하고 진정한 나로 돌아오는 철학이다. 파란하늘에 먹구름 일면 비 되어 내리고, 해와 달이 중천에 떠 날마다 자리 찾아 돌고 돈다, 한겨울 북풍도 기류에 몸을 실어 제자리를 찾고, 내 고향 부산 앞바다 넘실대는 파도, 제자리 찾느라 아우성이다. 삶의 모퉁이마다 불었던 크고 작은 바람들 모두 자리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공허한 영혼의 오선지에 파도가 일면 혼돈 속에 뒹굴던 음표들이 제 조성을 찾아 아름다운 노래가 되고, 새, 달, 나비, 개울, 바람, 비, 햇살이 찾아와 창을 두드리면, 퍼즐 맞춤 기다리는 시어들이 줄을 선다. 홀로 잠 못 드는 밤엔 별들이 내려와 은하수 얘기 들려 주고, 땅 속 깊이 내린 뿌리는 조금씩 끌어 올린 단물로 꽃을 피웠다가 떨어진 꽃자리마다 열매로 다가와 말을 건다. 때때로 부딪치는 낯선 영혼들 속에서 제자리 찾기 힘든 세상, 갈 길이 멀지만 바닥에서 맴돌까하는 염려는 필요하지 않다. 바닥에서 시작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바닥은 제자리 찾기의 시작이고 근본이니 바닥을 건너 뛰고 올라 허공에 탑 쌓기를 바라지 않는다. 하나 둘 과정을 쌓고 다독이다보면 메마른 사막에도 꽃은 피고 고독의 울타리 안에서도 열매는 영근다. 번민도 돌돌 말면 한줌이라 내게 오는 모든 사유는 날개 없이도 굴러가는 저 모하비사막의 들풀처럼 오아시스 같은 설렘으로 시의 꽃은 피어 난다. 시는 설렘이고 설렘은 세상 사는 맛이다. 시를 향한 두근거림이 삶의 이유가 되어온 지 오래. 시리도록 고요한 적막감이 주변을 휘감는데, 저만치 어둠속에서 들려오는 바람소리, 누가 또 제자리 찾아가나 보다. 지나온 길목마다 꽃잎처럼 떨구어 놓은 詩 한 편 한 편들 ... 마른 가슴 그 어디 쯤 꽃빛으로 가 닿을지? 나의 제자리 찾기는 더디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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