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시로 자연의 얼굴을 만나요 ―
광안리 바다 가까운 데 위치한 성 베네딕도 수녀원 은혜의 집에 하룻밤 머물렀습니다.
그리고 뜻밖의 선물처럼 이해인 수녀님을 만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수녀님의 맑고 유쾌한 웃음소리를 동시집 사이사이에 담아내고 싶은 꿈이 일었습니다.
이번 동시집은 오래 꿈꿔온 결실입니다.
동시집을 내는 동안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성장해온 기억을 더듬었습니다.
자연 풍경이 저를 키워줬다고 항상 생각합니다.
또 올해는 특수교사로서 전공과 학생들을 만나 새로운 경험을 했습니다.
동시를 창작하게 된 동기는 장애 학생들에게 우리 말과 글의 아름다움을 가르치고 싶어서였습니다.
그래서 이번 동시집 출간도 그동안 만난 장애 학생들 덕분이라고 느끼기에 고맙습니다.
이번에 눈 맞추지 못한 풀꽃과 나무, 새, 이슬, 별, 구름, 하늘의 숨결은
나중에 다시 아름다운 노래로 탄생하겠지요.
하느님의 마음을 닮은 자연을 찬미하는 동안
동시의 종소리는 계속 울려 퍼질 것입니다.
2025년 시월
김양화
친구들이 밤에 잘 자고 일어나 씩씩하게 등교해줘 고맙습니다. 친구들 중에는 스무 살이 되면 독립해 혼자 살아가고 싶은 이가 있고,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싶은 이도 있습니다. 아직 여자친구가 없어 고민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일반학생들과 비슷한 생각을 하지만 장애 특성으로 인해 일상 안에서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에게 마음의 지평을 넓히는 법을 알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이 친구들이 졸업하면 사회에 나가 스스로 금융. 행정기관 일을 처리하고, 집 주변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해 읽는 취미를 갖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며 행복하게 살도록 해주고 싶었습니다. 한글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일은 그런 삶을 수월하게 해줄 것 같아 글쓰기를 함께 했습니다. 이 책은 일반고등학교 특수학급 친구들이 자연을 접하고 사람을 만나며 상상의 날개를 펴면서 마음속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낸 것입니다. 상상하고 꿈꾸는 일은 누구에게나 가능함을 보여줍니다. 평소 관심이 많은 것들을 천진스럽게 바라보면서 기교 부리지 않고 진솔하게 마음을 드러낼 줄 아니까요. 친구들의 이야기보따리를 풀면 순박하고 맑은 얼굴이 보이고 그 얼굴 너머로 진지한 꿈이 무지개 되어 찬란하게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