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말을 불러내고 말을 따라가는 사람이다
말과 말이 서로를 알게 다리를 놓아주고
말과 말이 다정하게 굴러갈 수 있도록 깨끗한 자리를 깔아준다
다시 말해, 시인은 말과 말의 뚜쟁이다
시인은
겉치레 같은 말을 가리고 골라
말의 속멋이 더 잘 드러나도록 말과 말의 옷을 잘 입혀준다
사람의 멋은 속멋에 있는 것처럼 말의 속멋을 잘 돋워주는
다시 말해, 시인은 프로 스타일리스트다
이 책은 매화와 말의 속멋을 이어주는 매화의 일기이다.
2019년 매화는 흐드러지고 봄은 무르익을 무렵에
프롤로그 요약 (상세본)
저자 박재현은 아프리카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이 ‘덥고, 가난하며, 원시적이고 무섭다’는 부정적 편견에 머물러 있음을 지적하며, 자신이 직접 여러 아프리카 국가를 방문한 경험을 통해 그 인식이 틀렸음을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현지인들과의 교류 속에서 그들의 순수하고 솔직한 성품, 그리고 식민지 역사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습득한 다언어 능력과 지적 호기심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저자는 아프리카인들이 단지 교육의 기회가 부족할 뿐 결코 무지하거나 원시적이지 않다고 강조하며, 오히려 세상의 때가 덜 묻은 순수한 영혼들이라고 평가한다.
그의 아프리카 조각에 대한 관심은 수십 년 전 콩고 루바 족의 작은 조각상을 만난 순간부터 시작됐다. 조각의 조형미와 순수성에 매료된 저자는 아프리카 조각품을 수집하고 연구하며 세계의 박물관, 미술관, 헌책방, 경매장을 찾아다녔다. 특히 소더비, 크리스티 같은 세계적 경매에서 아프리카 조각이 엄청난 가격에 낙찰되는 것을 보며 그 가치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예컨대, 불과 16.5cm 크기의 루바 족 머리 받침이 167만 유로, 가봉 팡 족의 성물함 수호자상이 1477만 유로에 거래된 사실은 예술적 가치의 깊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저자는 예술품의 가치를 단순한 가격으로만 환산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한국의 대표 작가인 김환기의 100억 원대 작품조차 아프리카의 작은 나무 조각에 비견하기 어렵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프리카 조각의 독창성과 예술성, 창의적 표현력에 깊이 빠져들었고, 다양한 나라의 책과 자료, 현지 전문가와의 교류를 통해 아프리카 조각의 눈높이를 높이고자 노력했다.
흥미롭게도 아프리카 현지에서는 정작 그들의 전통 예술에 대한 서적이나 연구 자료가 드물었으며, 주로 유럽과 서구에서 관련 서적이 출간되어 있었다. 저자는 이것이 경제적 이유도 있지만, 그들이 일상 속에서 너무나 당연하게 접하는 문화라 오히려 가치 인식이 미미했기 때문이라 본다. 그러나 머지않아 아프리카 국가들이 부를 축적하고 자신들의 문화유산 가치를 깨닫게 되면, 중국이 자국 문화재를 값비싸게 환수하듯, 아프리카도 문화적 반전을 맞이할 것이라 전망한다.
저자는 피카소, 마티스, 자코메티, 바스키아 등 현대미술의 거장들이 아프리카 조각에서 깊은 영감을 얻었음을 강조한다. 피카소의 대표작인 『아비뇽의 처녀들』이 아프리카 조각에서 비롯됐으며, 이는 입체주의라는 혁신적 미술 사조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그는 아프리카 조각이 단순한 장식품이 아닌 ‘생명의 예술’, 철학과 종교, 삶이 그대로 담긴 예술임을 강조하며, 이름조차 남지 않은 아프리카 예술가들의 순수하고 투박한 손길 속에서 예술의 본질적 아름다움을 발견했다고 밝힌다.
아프리카 조각의 형태와 표현은 무궁무진하며, 다양한 부족, 신화, 종교, 의식 등이 어우러져 그 조각들은 설명하기 힘든 독창성과 아름다움을 지닌다. 이 조각들은 현대 영화와 대중문화에서도 그 영향을 찾아볼 수 있는데, 배트맨, 스타워즈, 혹성탈출, 베놈, 아이언맨, 가오나시 등의 캐릭터들이 아프리카 조각의 형상에서 영향을 받았음을 저자는 흥미롭게 추적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그는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 문화의 근원을 탐험하는 재미를 느꼈다고 한다.
프롤로그 말미에서 저자는 이 책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 사진작가, 현지인, 전문가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피카소와 마티스, 바스키아, 모딜리아니 등 많은 예술가들이 아프리카 조각에서 어떤 영감을 얻고, 이를 어떻게 자신만의 작품 세계로 확장했는지를 탐구하는 것이야말로 ‘비밀의 문’을 여는 일이라고 말한다. 기존의 예술 평론이 밝히지 못한 숨은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고, 이를 통해 독자들이 예술에 대한 참된 안목을 기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저자는 인공지능이 발전하는 시대에도 결코 설명할 수 없는 아프리카 조각의 철학적, 신화적 가치와 그 예술성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확장하고, 미래의 문화 아이콘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아프리카 조각 예술의 세계를 현대 예술과 영화, 캐릭터, 인공지능의 해석까지 연결지으며 새로운 문화적 지도를 제시하는 길라잡이 역할을 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플리니우스 대제가 남긴 “아프리카는 항상 새로운 것을 가져온다”는 말을 인용하며, 아프리카 예술이 여전히 끝없는 신선함과 영감을 안겨주는 미지의 대륙임을 강조한다. 이러한 설렘과 기대 속에서 저자는 독자들에게 아프리카 조각 예술의 매력과 그 가치를 안내하는 여행의 동반자가 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