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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고학찬

성별:남성

출생:1947년 (사자자리)

사망:2024년

최근작
2019년 3월 <구르는 돌>

구르는 돌

‘Hoc Quoque Transibit.’ 과거는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다. 아무런 대가도 없이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다. 지나온 시간 한 줌, 한 뼘만큼 작은 공간 하나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문제는 이를 너무 뒤늦게 깨닫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이 엄청난 고행이 대략 30년 뒤에 나를 국내 최고의 복합문화예술공간인 예술의전당 사장으로 만들어줄 것이다”라는 계산을 하면서 그 시절 고생을 견딘 건 아니니 말이다. ‘Hoc Quoque Transibit.’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스라엘 다윗왕의 현명한 아들 솔로몬이 아버지의 승전 반지에 새긴 이 문구는 기쁨도 고난도 오래가진 않는다는 정반대의 의미를 동시에 내포한다. 나는 살면서 이 문구를 여러 번 되새겨야 했다. 기쁨 쪽이든 고난 쪽이든 말이다. 내가 최초로 시작한 영문 서예의 몇 작품 중 이 문구를 내 방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걸어놓은 것도 나와 나를 찾는 모든 이가 기쁨에도 고난에도 침잠되지 말고 늘 한결같이 위풍당당하게 걸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내 고향 제주는 과거 한라산 화산이 폭발하면서 생긴 ‘오름’이라는 작은 분화구를 370개나 품고 있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나 역시 수많은 분화구를 품고 있다. 그동안 터져 나온 분화구는 모두 25개. 내 몸에는 아직도 숨은 열정을 내뿜을 준비를 하는 분화구들이 많이 남아있다. 그러니 내 인생의 완결편은 그 모든 분화구를 다 터트리고 나서 준비해도 늦지 않다. 무엇보다도 언제 어디서 어느 쪽으로 구를지 나조차도 알 수 없는 나는, 항상 ‘구르는 돌’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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