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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임종욱

출생:1962년, 대한민국 경북 예천

최근작
2026년 1월 <피가 흐르는 강>

남해는 잠들지 않는다

서포 김만중(1637~1692년)의 삶, 그 중에서도 말년에 해당하는 남해 유배 생활 3년을 소재로 한 이야기를 구상한 것은 몇 해 전부터였다. 대학에 다닐 때 그가 쓴『구운몽』이나『사씨남정기』,『서포만필』 등을 읽어보기는 했다. 그러나 그의 말년 삶이 내 관심을 끈 것은 남해군으로부터 문집 번역을 의뢰받고 난 뒤부터였다. 유희경(劉希慶, 1545~1636년)의『촌은집(村隱集)』을 번역하게 되자 나는 자주 남해를 찾게 되었다. 남해의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훈훈한 인심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지만, 직접 찾아간 남해는 기대 이상의 멋진 곳이었다. 해안선을 따라 수려한 경관이 이어졌고, 들판과 산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어 하늘의 혜택을 받은 명승지임을 자랑했다. 그리고 바닷가에서 바라보게 된 노도(櫓島). 남해 사람들은 그곳이 바로 우리 문학사 불멸의 작가 김만중이 유배를 와서 죽을 때까지 살았던 곳이라고 말했다. 아주 많은 시간이 지나 나는 다시 김만중을 남해의 한 섬에서 해우하게 된 것이다. 『촌은집』에 이어 김구(金絿, 1488~1534년)의『자암집(自菴集)』과 김만중의『서포집』 번역도 맡게 되었다. 한국 문학사가 낳은 위대한 작가 김만중의 문집이 아직까지 번역되지 않은 사실에 의아해 하면서 그의 문집을 펼쳤다. 당대를 주름잡은 학자답게 난해한 전고와 까다로운 표현으로 엮어진 문집은 나를 괴롭혔지만, 이 일을 통해 나는 김만중의 사람됨이나 생애, 생각 등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형상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문집 번역을 어렵게 마무리짓고 나자 나는 김만중이 왜 말년에 남해로 유배 와 소설을 썼는지 이유가 궁금해졌다. 그것도 유려한 한문을 구사하던 그가 어찌하여 갑자기 한글로 소설을 쓰게 되었는가 말이다. 그런 궁금증은 어떤 연구서나 자료로도 해결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내 나름대로 그 답을 찾는 상상을 펼치게 되었다. 이 소설을 읽어보면 그런 내 궁금증의 대답을 읽게 될 것이다.

피가 흐르는 강

책은 세 파트로 나뉘어 있다. 그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은 10편의 중단편을 모았고, 따로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까지 붙인 연작소설 ‘피가 흐르는 강’이다. 따로 제목을 만들 만큼 내게는 각별하다. 이 소설들을 감싼 일관된 주제는 근현대 우리 민족이 겪은 불행, 특히 부당한 권력이나 공권력의 방치, 무능력에 의해 희생당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고통과 그 화해의 모색이다. 소설을 쓰면서 나는 가능하면 객관적인 태도와 감정을 유지하고자 했지만, 그 비극의 강도와 여진이 너무 억세고 또 가해자들의 태도가 너무 당당하거나 비열해서 분노와 해원(解冤)의 마음을 숨기지 못한 부분도 있어 보인다. 자료를 조사하면서 나는 다시 한 번 ‘신(神)’의 부재를 절감했다. 진정한 의미의 응징과 처벌은 한 번도 내려진 적이 없었다. 나름대로 우리 근현대사가 낳은 끔찍한 순간들을 사실과 허구를 조합해 표현하려 했는데, 평가가 어떨지는 독자에게 맡긴다. 이 중에는 사실을 비유적으로 접근해 풀어놓은 경우도 더러 있고, 사건이 얽혀 있는 작품도 있다. 또 몇몇 작품은 내가 살고 있는 남해를 배경으로 삼아 전개하기도 했다. 남해에 살면서 보고 듣고 겪은 과거사의 흔적들은 근현대사 비극의 큰 울타리 안에서 함께 진행된 고통이고, 내가 사는 향리의 아픔과 갈등 역시 그 범주의 한 공간을 차지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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