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은 잠겨 있는 것들을 토해내는 노래이며, 엉켜 있는 것들을 풀어내는 춤사위다. 어떤 굴레에 구속받지 않는 자유로운 길이다. 무대 위의 가수가 노래를 부르듯이, 무용수가 온 몸으로 춤사위를 펼치듯이 써 내려간다. 생각과 이야기를 마음껏 드러내고 퍼뜨리는 과정에서 새롭게 태어나고 저절로 자라난다는 걸 알았다. 어두운 골방에 갇혀있던 나를 세상으로 내보기로 했다. 내 안의 나를 만나 손 잡아주었다. 무겁게 눌려있던 꿈들이 날개를 펼쳤다. 안으로만 가두었던 즐거운 노래가 세상 밖으로 흘러나왔다. 민들레 홀씨가 순례를 떠나 어딘가에 다다르듯, 내 이야기가 언젠가 다시 나를 만나게 되는 날을 생각한다.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니리라.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가 더 깊은 곳을 바라보는 나를 기대해 본다. 지나온 날들이 모두 수필이 되었다.
어둑새벽을 깨우는 햇귀처럼 어둠을 밝히라는 소명으로,
세상에서 누추한 것,
세상에서 버림받은 것,
세상에서 떨어져 나온 것들을 들여다봅니다.
그리고 세상이 하는 이야기에 마음을 기울입니다.
그중에서도 낮은 곳에서 들려오는 이야기,
너무 작은 소리여서 잘 들리지 않는 이야기더라도 오래 듣다 보면
작은 꽃잎 하나가 피어나듯 저절로 들립니다.
아니 어쩌면 들으려는 의도가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시인의 귀에는 작은 소리가 더 잘 들리기 때문입니다.
그것들이 세상에서 잘 살아나갈 수 있도록 토닥여주고,
그것들의 삶을 위해 세상을 향해 크게 외치고,
그것들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스스로 엎드려 길이 됩니다.
빛이 세상의 모든 길을 하나씩 드러내면
사람들은 그 길을 걸어 어딘가로 가는 것처럼
어둠에 갇힌 길에 촛불 하나 켜는 시 한 편을 쓰겠습니다.
홀로 길을 걸을 때
내 앞에 다가와 서는 그대여.
갈 곳 모르는
내 발길을 인도하는 그대여.
언 땅 아래
고개를 드는 풀잎,
물결 위에
점점이 퍼지는 햇살,
긴 기다림의
숨을 토하는 나무,
어딘지 알 수 없는
적막을 헤매다 마주친 등불,
길을 잃은 내게 다가와
잠시 발길을 불러 세우고
내 슬픈 등을 어루만져 주는
그대를 가만 들여다보네.
2024년 12월 강순덕
※ 젊은 비바리 시절을 그리워하며 그림자처럼 사시다가 성산포 푸른 파도, 따뜻한 햇볕을 따라가신 어머니 영전에 바칩니다. - 「시인의 말」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