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을 돌아온 기분이다.
1995년 시집 발간 이후 무려 22년 만이다.
그동안 시를 잊고 살아왔냐고 물으면
당연히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시는 내 삶의 일부였고
평생 함께 가는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들길을 지나며, 기차를 타고 먼 곳의 여행을 떠나면
더욱 생생하게 달려드는 나의 시
이제 꺼내어 본다.
아름다운 나날이었다.
시집을 출간하게 도와주신 ㈜천년의시작
이재무 대표님께 감사드리며,
언제나 동행하는 하나님과 가족들에게 사랑의 마음 담아본다.
시는 왜 쓰는가? “시는 감상의 발로이다.”, “시는 상상의 건축물이다.” 가스통 바슐라르는 그의 저서 『공간의 시학』에서 시를 하나의 집으로 보고 있다. ‘더할 수 없이 깊은 몽상 속에서 우리들이 태어난 집을 꿈꿀 때, 우리들은 물질적 낙원의 그 원초적인 따뜻함, 그 잘 중화된 물질에 참여하게’ 되기에 본인의 추억이 깃든 집을 그리워하며 몽상 속에서 되돌아가고자 한다는 것이다. 시인들은 끊임없는 상상 속에서 알맞은 표현을 찾아 집을 짓고 허물곤 한다. 그러한 무수한 과정을 통해서 하나의 건축물인 한 편의 시가 완성되는 것이다. 이 얼마나 위대한 작업인가?
인간의 삶과 현실에 대한 서정,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에 대한 서경, 사람들은 타원형의 지구 위에 지금도 무수한 건축물을 짓고 있듯이 시인들도 시라는 상상의 건축물을 만들어 갈 것이다. 감정의 유희가 아닌 인류 보편적이며 항구적인 정서를 담아내는 시를 쓰는 시인이 되고자 앞으로도 나는 고뇌하며 내면의 세계를 다듬고 새로운 세계를 찾아갈 것이다.
2025년 가을 반석서재에서
권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