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잘 알고 싶다'는 것은 여지껏 나의 생활에 변치 않는 간절한 소망이었다.
일찍이 통계를 뒤적거릴 때에는 현실 조선의 진상을 샅샅이 알고 싶었고 그 뒤 역사를 공부할 때에는 문화조선의 실태를 구미구미 알고 싶었다. 이 소저(小著)는 나의 역사수업 기간 중 역사 도회 (圖)를 만들러 가는 길에서 얻어진 한 개의 부산물로서 극히 좁은 틈으로 문화 조선의 일반(一球)을 엿본 것이기는 하나 이렇게 보아가는 동안에 행여 문화 조선의 거상을 인식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나의 기대였다.
생활과 문화란 서로 유리될 수 없는 것이다. 문화는 생활체험의 표현이라고 말한 사람도 있으나 생활, 즉 의, 식, 주, 기타 생활수단의 생산과정은 도덕, 예술, 학문 등 모든 문화형태가 생산되는 사회적 지반인 만큼 한 시대의 문화는 그 시대의 현실적 지반, 즉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생활의 모든 관계를 떠나서 그 진실한 성격을 파악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복식은 그것이 바로 생활양식의 한 직접 표현인 동시에 문화적 창의도 보게 되는 것이므로 이 점에 있어서 그것은 한 개의 생활문화로서 독자의 사회사적, 문화사적 존재로도 볼 수 있다. 따라서 복식 이외의 문화와 사회적 현실을 통하여서도 어느 정도 복식을 망견(望見) 할 수도 있겠지만 복식을 통하여 그 시대의 문화와 사회를 상견하려 함은 가장 실증적이요 또 과학적인 방법일 것을 나는 믿고자 하는 바이다.
이 점에서 복식의 연구는 문화사적 흥미가 고조되는 것과 같이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생활성으로서의 현실적 공용으로 사회학적 흥미를 아울러 갖게도 된다. 그러므로 될 수 있는 한도까지 복식 자체의 과거적 천명에서 그 전체적 연관성의 관찰에까지 관심코자 하였지마는 전연 추고(推誠)의 결론을 가지지 못하게 된 까닭에 차마 그대로 넘길 수 없는 결함과 속루(漏) 가 곳곳에서 발견되어 이대로 세상에 내어놓기는 실로 미안할 만큼 되어 있으며 또 근대편을 완고하여 《조선복식사》를 엮어본다는 미래의 계획조차 엄청난 차질이 생겨 이것으로는 조선복식의 사적 발전을 마침내 더듬어볼 수 없게 된 것이 큰 유감이다. 그러나 수이 서재로 다시 돌아가게 될 것을 스스로 기필하고 있느니만큼 반드시 이 일의 완축을 기약코자 하는 바인즉, 매양 나를 격려하여 주던 선배와 동료 여러분께 미리 양해를 청하여 두지
않을 수 없다.
끝으로 나의 이 과업을 위하여 늘 좋은 자료와 여러 가지를 가르쳐주신 斗溪 이병도씨, 嘉籃 이병기씨, 南倉 손진태씨, 이중화씨, 함봉석씨 등 여러분께 삼가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