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어본 나의 작품들은 완성도 면에서 부끄러운 점이 많았다. 그러나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한 편 한 편이 정직하게 쓴 시들이라는 것이다. 나는 시에서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나는 엄격한 정직성으로 시를 썼다. 나의 작품들은 20세기 중반부터 21세기까지 산 한 남성의 치열한 삶의 기록이 될 것이다.
나는 시라는 꽃을 피워 팔며 살았다. 꽃을 잘 피우고 잘 팔아 더러 부자가 된 이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꽃장수들처럼 내 시의 살림살이는 아직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꽃을 팔다보니 희한하게도 내가 다니는 골목이 환해지고, 내 삶도 덩달아 환하게 피어 있었다. 꽃장수로 산 생애가 이러하였다.
스무 번째 신작시집을 낸다. 1982년에 첫 시집이 나왔으니 43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30대 청년이 팔순을 바라보는 노인이 됐다. 세상도 많이 변했다.
이번 시집에는 20대 때 쓴 작품도 있다. 시집 수록을 피해 오다가 나를 정리하는 심경으로 수록한 작품들도 있다. 1부와 2부, 3부는 자유시, 4부는 시조로 묶었다.
인공지능 시대다. AI가 만든 시를 보니 기존 자료들의 종합이라 표절의 위험이 있음을 알았다. 나는 지금처럼 AI의 도움 없이 시를 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