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본 다큐멘터리. 카메라는 카미노를 걷는 몇몇 사람들을 조용히 따라가고 있었다. 천 년의 역사가 스며든 희망과 치유의 길이라는 그 길을 따라 묵묵히 걷고, 쉬고, 걷기를 반복하며 스스로를 돌아보고 삶에 뭉친 응어리를 조용히 풀어내는 시간을 갖던 그들이 드디어 산티아고에 도착한 후 짓던 표정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그 길은 그렇게 나와 첫 대면을 하자마자 내 머리 한 구석에 단단히 똬리를 틀고 앉아 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 끊임없는 카미노의 초대에 응하지 않을 수 없었던 나는 결국 21개월 후 그 길 위에 서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