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란 우리에게 무엇인가.
이 가을에 한 소년이 그리웠다. 그는 분명 나였는데 지금은 어디로 갔는가. 그 소년을 찾아 잃어버린 시간 여행을 떠났다. 이미 증발해버린 웃음소리가 무성영화 같은 그림으로 떠올랐다. 그 길에서, 도시락 속에 달그락거리는 숟가락 소리를 듣기도 라고 금이 그어진 책상에 함께 앉은 소녀를 만나기도 했다. 아련한 기억의 징검다리를 건너가는 동안 어떤 아픔은 다시 살아나기도 하고 어떤 행복은 주름이 진 얼굴에 엷은 미소를 띄워주기도 했다. ('글쓴이의 말' 중에서)
나는 삶이란 것에 대해 어떤 근사한 철학도 논리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내 삶의 방식을 스스로 변호할 능력도 없고 또한 이해시킬 재간도 없다. 내가 이곳에 들어오기 전가지 나는 피곤에 찌들어 있었다. 이곳은 지친 나를 무덤덤하게 품어주었다. 계곡을 쓸고 가는 바람은 바람의 말을 하고 바위를 스쳐가는 물은 물의 말을 했다. 폭설은 말없이 흩날렸고 나무는 말없이 그것을 머리에 받아 이었다. 이 말없는 말들이 나를 위로해주었고 고요를 건너가게 해주었고 나 자신을 다시 사랑하게 해주었다.
먼 거리 투척이라는 낚시법이 있다
기술도 없이, 힘도 없이
바다를 모르면서
멀리만 던지려고 애썼다
물고기가 웃을 일이다
시계초침이 쏙닥쏙닥 소리로 들린다
이렇게 닳아지려고
귀한 것 많이 끊어 먹었다
남 아프게 한 것들이나
자기를 울던 날들
이제라도 가만히 새겨야 한다
2020년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