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에 등단했으니 꽤 오랫동안 글을 써왔다. 길 떠나는 나그네처럼 내 마음이 흐르는 길목을 돌다가 잠시 멈춰 서서, 문득 떠오르는 감정과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내 글의 시작이다.
이제 내 인생에도 땅거미가 드리워질 시간이다. 내가 걸어왔던 발자국은 시간의 빗자루가 쓸어버릴 것이고 머잖아 어둠 속에 묻혀버릴 것이다. 나의 글 또한 떨어진 낙엽처럼 굴러다니다가 사라지거나 혹은 세월의 쓰레기더미에 보태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살면서 느낀 것이든 생각한 것이든 글로 표현하는 행위는 나에게 기쁨을 준다. 글을 쓰는 순간은 행복하다. 그래서 나는 이 일을 계속하고 있다. 날마다 부질없는 것들을 내려놓으며 살아가지만 읽고 쓰는 재미는 아직 버리지 못했다. 그것마저 없다면 너무 쓸쓸할 것 같아서다. 틈틈이 써두었던 수필과 콩트, 그동안 《삼다일보》(前 《뉴제주일보》)에 발표했던 칼럼을 모아 산문집을 출간하게 되었다. 칠십 세를 맞은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이기도 하다. 매번 출간할 때마다 그러하듯 쑥스럽고 부끄러움은 여전하다.
2025년 여름
소금바치를 아시나요?
어느 마을이든 저마다 독특한 이야기가 몇 개쯤은 숨어있을 것입니다.
‘마을의 이야기를 동화라는 그릇에 담아보자.’
나의 여섯 번째 동화책은 이런 생각에서 세상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소금바치를 아시나요? 소금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지요.
종달리 소금바치. 어렸을 때 흔하게 들었던 말입니다. 옛날에 종달리에는 소금밭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언제부터인가 소금바치들의 삶을 이야기로 살려보자는 마음이 스멀스멀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어른이 되고 나서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 소금밭에 대해 오히려 마을 사람보다 더 잘 알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참 민망했기 때문이지요. 나고 자란 땅에 대한 역사를 잘 모르고 있었다는 게 부끄러움으로 남았습니다.
더 늦기 전에 지금은 없는 소금밭의 흔적을 이야기로나마 남겨서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어렸을 때 기억의 실타래를 풀고 풀어서 그 끝자락에 붙어 있는 무언가를 끄집어내고 싶었지만 소금과 관련된 기억은 전혀 없었습니다. 소금밭은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없어진 지 오래되었으니까요. 새밭 동네와 앞가름 사이 펼쳐진 넓은 땅 몇 군데에 설치된 수로에서 엄지발이 빨간 게가 모래 구멍 속으로 들락날락하던 모습, 바닷물을 막은 방조제의 수문 등이 예전에 이곳이 바다였음을 짐작하게 해줄 뿐이었습니다.
수복이라는 아이를 주인공으로 삼고 어르신들이 들려준 소금밭에 대한 기억을 토대로 하여 스토리를 만들었습니다. 물론 이 동화에 나오는 사람들은 실제 인물이 아니라 가상의 인물입니다. 그저 그 시절 종달리 어느 집에 살았음직한 인물의 삶을 통하여 소금바치들의 모습을 되살려보고자 했습니다.
주인공이 살아온 이야기 속에 소금의 맛보다 더 진했던 소금바치들의 애환과 소금밭의 변천사를 담았습니다. 소금을 만드는 과정과 소금장수에 얽힌 일화 등 그 시절 이야기를 맛깔나게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입니다.
수복이와 함께 소금바치 마을로 들어가 조상들이 살아온 역사를 체험하며 동화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