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도 어린이들이 즐거운 나라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자연과 삶을 꾸밈없이 베껴 쓴 동시를 묶었습니다. 이 동시집을 어린이처럼 어른들도 읽는다면 나무한테 조금은 덜 미안할 것 같습니다. 동시를 읽고, 쓰고, 그 뜻을 눈 감고 생각하면 어린이가 되고 정신이 맑아집니다. 동시가 우리한테 사는 재미와 슬기를 주고, 사물을 어린이 눈으로 보고 어린이 목소리로 말하기 때문입니다.
어디로 갈 것인가.
어떻게 갈 것인가.
대숲에서 대나무와 견주며 위로만 자라는 소나무는 멋도 없을 뿐더러 가늘고 껑충하여 바람에 크게 흔들리고 쉽게 부러진다. 그 소나무는 근사한 정원수로도, 튼튼한 기둥으로도 쓰지 못한다.
가파른 경쟁은 몸과 정신을 병들게 하고 인간미를 잃게 하여 세상을 사막으로 만든다. 그러나 얽히고 설킨 대나무 뿌리와 모난 돌들을 어루만지며 반드시 웅덩이를 채우고 넘어가 낮은 곳으로 모이는 물은, 어떠한 세력도 대적할 수 없는 바다가 된다.
해외여행을 할까, 논문집을 낼까, 자전거를 살까, 나무를 심을까, 잔치비를 기부할까, 아무것도 안 할까……. 어떻게 회갑을 조용히 뜻있게 쇨까. 이리저리 궁리하다가 시 인생 전반기를 되돌아보고 갈무리하고자 시선집을 낸다. 지금까지 발간한 9권의 시집에서 사람들이 공감하여 문학지와 신문과 방송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소개한 시들을 중심으로 70편을 뽑아 묶는다. 바라건대, 식상한 짜깁기가 아니라 신선한 재창작으로, 한 구절이라도 힘들고 외로운 사람들에게 위안과 용기를 주기를!
영산강이 태목리 대숲을 에돌아 서해로 흐르고, 파란 하늘에 흰 구름 두둥실 떠가는 고향. 어머니가 김매던 콩밭을 지나, 아버지와 함께 걷던 병풍산 오솔길을 오늘은 혼자 걷는다. 산들바람은 솔솔 불어와 두 볼을 어루만진다. 살갑게 웃는 민들레, 토끼풀, 제비꽃, 할미꽃, 냉이꽃은 온 누리에 향기를 내뿜어 겨울잠에서 벌과 나비를 깨운다. 꿩들이 대놓고 사랑을 부르는 산기슭. 까치 부부는 떡갈나무 우듬지에 신방을 차리고 부지런히 새끼를 기른다.
어린 새가 둥지를 떠나려고 수백 번 날갯짓하듯, 삶을 가꾸는 참된 시작(詩作)은 탐스러운 열매를 향하여 뿌리에서 꽃으로, 꽃에서 뿌리로 숱하게 오르내리는 묵언 수행!
나는 자연이 들려주는 이야기와 삶을 어머니의 말로 받아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