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시대 정신을 논하거나 도도한 물결을 타고 넘는 고담준론의 역사서가 아니다. 5.16 군사정변이 났던 바로 그해 대학에 들어가 중견 기자가 되기까지 서울서 무엇을 목말라 했고 누구를 미워했으며, 또 무엇이 되고 싶고 누구와 자고 싶었는지를 기술한 나의 고백서다.
무언가에 떠밀려 해외에서 오랫동안 살다 예순 살 가까운 나이로 서울 집에 돌아온즉 많은 것이 소멸해 있었다. 다니던 동숭동 대학 터도 없어졌고, 나를 방목시킨 '왕초' 장기영도, 그 뛰놀던 김포'국제'공항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툭하면 도망쳐 숨던 변경도 더 이상 찾아지지 않는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소멸을 재생시켜보려는 내 나름의 탐험이다. 서울을 재생시키고 거기서 나를 함께 재생시키고 싶은 것이다.